| 제10회 독도문예대전 수상집 -- { 250년 전 울릉도 독도로 간 거문도 청년 김흥형}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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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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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5 14: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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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독도문예대전 수상집
250년 전 울릉도·독도로 간 거문도 청년 김흥형
아래 글은 한국문예총 경북지부 등이 2020년 주최한 '제10회 독도문예대전'에서 특선으로 선정된 작품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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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난 지 50년 만에 고향 거문도를 찾았다. 열두 살 때 고향을 떠나 백발이 되어 찾아간 고향이었다. 옛 기억을 더듬어 선산을 찾아갔다. 선산에 묻힌 조상들의 산소는 지난 50년 동안 찾아 온 자손도, 돌보는 사람도 없이 무너져 동백꽃이 만발한 밀림 속에 덮여 있었다. 무덤들은 하나같이 거문도 최북단에서 북동쪽 바다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묻혀 있었다. 선조들이 모두 북동쪽 수평선을 바라보며 계신 까닭은 김흥형(金興亨)이라는 나의 7대조 할아버지 때문이다.
김흥형의 아버지인 내 8대조의 할아버지의 성함은 김이해(金利海 : 1721-1785)였다. 그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무공을 세우고, 인조 때 이괄의 난을 평정해 그 공으로 직계 4대가 함께 군으로 봉해졌던 학성군(鶴城君) 김완(金完)의 현손이었다. 김이해는 조선 문과시험에 합격한 뒤 1739년 19세의 나이로 흥양현감(고흥군수)에 임명을 받고 선정을 펴던 중 억울한 누명을 쓰고 탄핵을 받아 1741년 21세의 나이에 모든 재산을 나라에 빼앗기고 자신이 다스렸던 거문도로 유배를 갔다.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우산국은 동여진족이나 예맥족이 세운 것으로 추측되는 국가였다. 이 우산국은 10여 개 정도의 큰 마을로 형성된 국가로 불교를 국교로 하는 자주권을 가진 왕국이었다. 신라는 우산국에 자신의 나라를 상국으로 섬기라며 오랜 기간 협박했으나 우산국은 듣지 않았다.
때는 서기 512년, 신라장군 이사부가 병선을 이끌고 우산국을 포위하고 공격하자, 우산국왕은 신라에 항복하고 신라를 상국으로 섬기며 울릉도·독도의 토산품을 조공으로 바치기 시작했다. 서기 930년(고려 태조13), 신라가 망하기 바로 2년 전이었다. 지난 420년 동안 신라를 상국으로 섬겨오던 우산국은 신라가 고려에 망하려 하자, 고려 서울 개성에 사신을 보내 신하라 칭하고 울릉도·독도의 토산품을 조공으로 바쳤다.
1976년, 거문도 서당해수욕장에서 기원전 발행된 한나라 무역전인 오수전(五銖錢)이 수만 점이 출토됐다. 남해안의 최남단에 있는 거문도는 기원전부터 조선시대까지 조선, 중국, 일본, 심지어 유구국의 무역선들이 모여 무역을 하는 해상무역항이었던 것이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매년 음력 9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동안 거문도에서 일본 상선들이 모여 무역을 한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조선정부는 미리 이 시기 전에 경차관을 보내 거문도에서 숨어서 기다리게 했다. 마침내 일본 왜선이 해상무역을 위해 거문도로 들어오자, 왜인을 붙잡아 목을 베어 그 목을 중앙정부에 보냈다.
고려를 상국으로 섬기던 우산국은 1017년(현종8)경에 동여진의 침략을 받아 나라가 망했다.
고려는 포항-영해방면으로 탈출해 온 우산국의 난민을 받아들여 보호한 뒤 우산국의 재건을 도왔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 포항, 영해 등 동해안에서 울릉도까지는 돗단배로 하루 밤낮의 거리였다. 우산국의 재건이 실패하자, 우산국 고유 영토였던 울릉도와 그 부속섬 독도, 죽도 등은 고려에 복속됐고, 고려는 울릉도에 주(州)와 목(牧)을 두고 관리를 파견해 다스렸으나 이마저 실패했다.
이후 울릉도는 여러 차례 유인도와 무인도를 반복하다 조선 태종 때 울릉도 주민들이 본토로 강제 이주된 뒤 또다시 이 섬은 무인도가 됐다. 그러나 이 때 다시 무인도가 된 울릉도·독도는 조선이 다시 본격적으로 이 섬을 개척한 1883년까지 해상무역을 하는 거문도 사람들에 의해 개척되고 있었다. 거문도 사람들이 운영하는 해상무역선은 3면이 바다로 된 조선반도의 전 해안가 그리고 제주도, 대마도 등의 남해안의 크고 작은 섬 뿐 만 아니라 멀리 일본, 중국 본토까지 드나들며 물물교환 방식으로 무역을 했다.
김이해가 거문도로 유배 갈 때 거문도에 데리고 간 김이해의 독자아들 흥형은 당시 3세였다.
거문도로 유배 간 김이해는 서당(현재 거문도 서도초등학교)을 열고 거문도 섬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아버지 김이해는 거문도로 유배 간 지 30년이 넘도록 유배가 풀리지 않아 아들 김흥형은 과거에 나아갈 수 없었다. 김흥형은 생계를 위해 글공부를 포기하고 거문도 섬마을 사람들이 운영하는 해상무역선의 선원이 되었다.
청년 김흥형의 꿈은 많은 돈을 벌어 장차 해상무역선단을 운영하는 선주가 되는 것이었다.
거문도 해상무역선이 거래하는 상품 중에 가장 인기 좋은 상품은 무인도인 울릉도에서 채취한 산삼, 해송, 등과 해산물 그리고 독도에서 잡은 강시 등의 해산물이었다. 마침내 김흥형이 선원으로 승선한 무역선은 무인도인 울릉도·독도의 토산품을 채취하기 위해 울릉도·독도로 떠났다. 1771년(영조47) 음력 5월 23일이었다. 울릉도 독도를 다녀오던 이 배는 태풍으로 파선됐고, 배에 타고 있던 거문도 선원들은 모두 죽었다.
태풍이 일고 간 다음날 새벽, 조선시대의 행정명인 경상도 영해군 축산(현재 경북 영덕 축산)의 바닷가에 사는 한 어부가 꿈을 꾸었다. 꿈에 한 청년이 나타나 말했다.
“내가 어부의 통발에 걸렸소이다. 나를 좀 거두어 주시오.”
어부는 바닷가로 나왔다. 지난 밤 태풍으로 배가 파선돼 죽은 한 청년의 주검이 파도에 떠 밀려와 이 어부가 해변에 설치해 둔 통발에 걸려 있었다. 바로 꿈에 본 청년의 얼굴이었다. 죽은 청년의 의복과 허리춤에 찬 호패를 보니 양반의 신분이었다. 어부는 청년의 주검을 지게에 지고 바닷가에 있는 산으로 올라가, 산주인 몰래 청년을 매장하고, 호패에 새겨진 주소지 거문도에 청년의 비보를 전해주었다.
청년의 자는 명준(明準)이었다. 이 청년은 1737년에 태어나 이 때 죽으니 나이 33세였다. 이 청년에게는 1738년(영조14)에 태어난 당시 8세였던 득택(得澤)이란 독자아들과 청년보다 한 살 많은 숙부인 파평 윤씨가 있었다.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김이해는 나라에 죄를 짓고 유배를 사는 몸이라 거문도를 떠나 영해 축산의 아들의 무덤을 찾아갈 수 없었다. 김흥형의 부인 윤씨도 여자의 몸이라 멀고 먼 경상도까지 남편 무덤을 찾아갈 수 없었다. 8세의 어린 아들 득택 또한 너무 어려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 갈 수 없었다. 이들 가족들은 거문도 최북단 해변에서 북동쪽 멀리 수평선만을 바라보며 울었다.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에 병을 얻은 청년의 아내 윤씨는 죽으면서 유언을 남겼다.
“멀리 울릉도·독도와 영해 축산의 수평선이 보이는 곳에 묻어주세요.”
청년의 아내 윤씨는 죽었고, 그녀의 유언대로 남편이 향해해 갔던 울릉도·독도 그리고 남편이 죽어서 묻힌 영해 축산 방향인 북동쪽 수평선이 바라보이는 거문도 서당해수욕장 언덕에 묻혔다(이 윤씨 부인에게 고종은 1890년 8월 열녀문을 내렸다).
김이해는 이후 15년 동안 북동쪽 수평선만을 바라보며 탄식하며 살다가 귀양에서 풀리지 못한 채 거문도에서 죽었다. 그는 죽으면서 며느리가 했던 유언과 똑같은 유언을 남겼다. 김이해는 귀양을 살던 해변의 뒷산인 산지산 정상에서 북동쪽을 바라보며 묻혔다.
거문도 사람들은 김이해가 북동쪽 수평선을 바라보며 아들을 그리워하며 울던 해변을 그의 이름을 따서 이해 또는 이해해수욕장이라 부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 이후에 돌아가신 나의 모든 조상들은 모두 북동쪽을 바라보며 묻히게 되었다. 한편 청년 김흥형의 외독자 김득택金得澤(1763-1822)은 그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글공부를 마친 뒤 거문도 무역선의 선원이 되어 울릉도·독도로 떠나갔다. 또 청년 김흥형의 손자와 증손자 또한 거문도 무역선의 선원이 되어 울릉도·독도로 갔다. 김흥형의 손자 김지옥(金祉玉 : 1798-1873)은 울릉도·독도를 개척해 해상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전라도 장흥평야의 땅을 사서 천석지기 부자가 됐다.
김흥형의 증손자 김정태(金鼎泰 : 1845-1912 : 고종 때 내금장과 인동부사 지냄)는 개화파 김옥균과 박영효에게 개화사상을 전하고, 천석지기 재산으로 개화자금을 지원하며, 김옥균의 울릉도·독도개척과 관련해 많은 도움을 주었다.
독도를 연구하는 각종 독도 역사교과서는 조선 영조 때 거문도 천석지기 가문의 청년이 울릉도·독도를 개척하기 위해 울릉도·독도를 다녀오던 중 해난사고로 죽었다고 밝히고 있다.
독도 역사교과서가 밝히고 있는 이 청년이 바로 김흥형이다. 그러나 이 천석지기 자손들은 거문도에서 50년 전 흔적 없이 사라지고, 거문도에서 사라진 그들은 한반도 여기저기에 흩어져 숨어서 살고 있다.
1883년, 김옥균의 개화파 국비유학생 선발에 김정태의 12세 아들 김상순이 선발돼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육군소년학교와 명치고등학교, 명치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김정태의 막내아들이 또 이 명치대학에 유학갔다. 이후 1945년 해방까지 김정태의 자손들과 조카들 20여 명이 일본 명치대학, 동경제국대학 등에서 학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자손들은 좌익사상을 지닌 채 독립운동을 했다.
해방이후 밝힐 수 없는 사건이 이 집안에서 일어났다. 70년대 ‘시효인간’이란 이름으로 동아일보에 연재되고, KBS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되기도 했던 것이다. 형언할 수 없는 처참한 형벌과 연좌제가 후손들을 괴롭혔다. 이들은 거문도를 떠나 숨어 살게 되었고, 조상과 선산, 족보를 버리고 숨어 살았다. 일제강점기 때까지 영해 축산의 청년의 무덤에는 비석 등의 석물이 있었고 묘지기도 있었다.
올겨울에는 반드시 경상도 축산이라는 곳을 찾아가, 1771년(영조47) 5월, 울릉도·독도로 가서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청년의 흔적을 꼭 찾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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