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식의 고려사 이야기 -- 삼별초 반란(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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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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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1 07: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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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별초의 반란(1270)
일찍이 최우가 나라에 도둑이 많으므로 용사들을 선발해 사병을 만들어 밤마다 돌며 도둑을 잡았는데 이를 야별초夜別抄라 했다. 도둑이 여러 도에서 일어나자, 이 군대를 나눠 보냈는데 군사가 너무 많아 좌별초左別抄와 우별초右別抄로 나눴다. 또 고려 사람으로 몽고에 잡혀갔다 도망 온 사람들을 선발해 신의군神義軍이란 군대를 만드니 좌별초, 우별초, 신의군을 삼별초三別抄라 불렀다.
이 삼별초는 나라 안의 도둑을 잡고 외적을 물리쳤다. 최우 이하 고려권신이 권력을 잡거나 유지할 때 이 삼별초가 손톱과 어금니, 잘 훈련된 사냥개가 돼 주인이 손짓하고, 턱 짓하는 대로 쫓아가 충성을 다했다. 삼별초는 이 보상으로 후한 급료를 받았다.
권신이 옛 주인을 죽이고, 새 주인이 되면, 새 주인은 옛 주인의 재산을 적몰해 삼별초에게 부상으로 주었다. 삼별초는 새 권신을 주인으로 섬기며 충성을 다했다. 김인준이 최의를 죽일 때도, 임연이 김인준을 죽일 때도, 송송례가 임유간을 죽일 때도 모두 삼별초가 그 목을 쳤다.
임유무와 그 집안을 도륙냈던 삼별초가 옛 서울 개성으로 수도를 옮긴다는 발표에 불평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삼별초는 모두 권신과 권신이 운영하는 국가 최고 권력기관인 도방을 지키기 위한 부산물이었다. 이제 도방이 없어졌으니 삼별초도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논리였다. 하나둘씩 강화도에 있던 왕비와 후궁, 왕족, 신하들이 옛 서울 개성으로 옮겨가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삼별초들은 이제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었다. 내적으로는 가족의 생계에 번민해야 했던 이들은 자신들이 그 동안 목숨 걸고 싸웠던 조국이 몽고에 항복하고 자신들을 헌 신짝처럼 버린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때는 1270년(원종11) 5월 23일, 마침내 삼별초는 옛 서울 개성으로 수도를 옮기는 것을 반대하며 일어났다. 이미 강화도에 있던 왕실과 종친, 재상, 백관들은 개성으로 오는 국왕을 맞기 위해 떠나고 없었다. 삼별초는 강화도의 나라 창고를 제 마음대로 열고 곡식을 백성들에게 나눠 주었다. 서경에서 개성으로 오는 길에서 이 보고를 받은 원종은 신하를 보내 달랬으나 듣지 않았다.
때는 1270년(원종11) 5월 병인일, 임연 집안을 도륙 낸 지 13일 뒤였다. 서경에 있던 원종과 태자는 옛 서울 개성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강화도 삼별초의 소요는 그치지 않았다.
5월 29일, 원종은 장군 김지저金之氐를 강화도에 보내 삼별초를 해산시키고, 병조에 있던 군사명부를 가지고 개성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삼별초들은 김지저가 삼별초들의 명부를 가지고 개성으로 간 것은 몽고에 이 명부를 바치려 한다고 생각했다. 몽고는 남송과 일본 정벌을 위해 오래전부터 이 군사명부를 끊임없이 요구해 왔었다. 삼별초들은 고려정부가 몽고군에 온 몸으로 대항했던 자신들의 명부를 장차 몽고에 넘겨준다는 것을 용서치 않았다.
때는 1270년(원종11) 6월 1일, 장군 배중손裵仲孫과 야별초 지유 노영희盧永僖가 난을 일으키기로 모의하고 사람을 시켜 강화도 교동 서울거리에서 외쳤다.
“수많은 오랑캐 군사가 쳐들어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자는 대궐 후원 격구장으로 모이라!”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가 곧 삼별초의 낌새를 알아차리고 흩어져 달아났다.
삼별초들은 사람들을 협박해 역모에 동참 할 것을 강요하고 거부하면 목을 베기 시작했다.
삼별초들은 장군 이백기李白起에게 난에 참여할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그가 말이 없자, 목을 베 죽였다.
장군 현문혁玄文奕이 가족과 함께 배를 타고 개성으로 도망했다. 삼별초는 4∼5척의 배로 뒤쫓아 가며 화살을 쏘았다. 마침내 현문혁이 탄 배가 삼별초에게 붙잡히려 하자, 현문혁의 아내는 두 딸을 안고 물 속에 빠져 죽었다. 현문혁을 붙잡은 적은 그의 용맹을 아깝게 여겨 죽이지 않았으나 현문혁은 곧 개성으로 탈출했다.
삼별초가 직학直學 정문감鄭文鑑을 승선으로 삼으려 했다. 정문감은 아내와 함께 자살하며 말했다.
“적에게 붙여 부귀를 얻는 것보다 몸을 깨끗이 하겠다.”
수많은 강화도 백성들은 강가로 나아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 강화도를 탈출하기 시작했다. 더러는 강을 건너던 배가 뒤집혀 물 속에 가라앉기도 했다. 삼별초 군사들은 강화도 섬 안에서 통행금지를 내리고 강으로 돌아다니며 탈출을 위해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배에서 내리지 않는 자는 모두 목을 베겠다.”
사람들이 배를 타고 강화도에서 빠져 나가면 삼별초가 작은 배로 화살을 쏘며 달려가 붙잡거나 죽였다. 강화도 성 안에 사는 사람들은 놀라고 두려워 흩어져 숲 속에 숨었다. 아이들과 부녀자들의 울음소리가 거리를 메웠다. 마침내 강화도 사람들은 독 안에 든 쥐처럼 갇혀 움직이지 못했다.
삼별초들은 ‘시장거리(市廊)’에 모여 몽고에 볼모로 잡혀 있는 영녕공 왕준의 친형 종친 승화후承化候 왕온王溫을 잡아다가 협박하고 강제로 왕으로 삼았다.
또 각 관아의 관부를 설치하고, 삼별초 새 왕 비서관으로 대장군 유존혁劉存奕을 좌승선, 판서 이신손李信孫을 우승선에 임명했다.
삼별초는 금강고金剛庫라는 무기창고를 열어 군사들에게 병기를 나눠 주고, 성을 에워싸고 굳게 지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찍부터 강화도를 지키던 고려정부 정규 군인들이 하나둘 씩 섬을 빠져나가 육지로 달아났다.
삼별초는 자신들이 장차 강화도를 지키지 못할 것을 알고 도망가기 위해 이 섬에 있는 모든 배를 징집하기 시작했다. 징집된 배가 구포仇浦나루부터 항파강缸破江에까지 뱃머리와 배꼬리가 서로 닿았는데 1천 척이었다.
삼별초는 강화도 서울의 국가창고에 있는 재물과 강화도에 사는 백성들의 재물을 약탈해 배에 실었다. 또 강화도에 사는 젊은 남녀들을 포로로 붙잡아 배에 실고 남쪽을 향해 떠나갔다. 배가 떠나자, 붙잡혀 가는 젊은 남녀들과 재산과 젊은 자식들을 빼앗긴 사람들의 통곡소리가 메아리쳤다.
개성에서 이 보고를 받은 몽고 장수 두연가 국왕이 타라대에게 군사 2천 명을 거느리고 강화도로 들어가게 했다.
원종은 군사를 거느리고 강화도에 간 타라대가 남은 유민들을 역적이라 죽이고, 노략질할 것으로 보고, 강화도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말렸다. 타라대는 듣지 않고 강화도에 들어가 군사를 놓아 백성들의 재물을 빼앗았다.
원종은 김방경을 역적추토사로 삼고 강화도를 떠난 삼별초를 추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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