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사절요 1 -- [ 정도전의 출생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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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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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0 15: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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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의 출생비화(1391)
정도전은 봉화 정씨로 고려 형조판서 정원경鄭元敬과 천한 노비의 피가 흐르고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1342년에 태어났으니 올해 나이 49세. 이성계보다 7살 적었다.
정도전의 이름은 호지宗之였으며 호를 삼봉三峯이라했다.
그의 가문은 이름 없는 민초의 집안이었다. 그의 3대 할아버지 정공부가 호장을 지냈으며 이 뒤 벼슬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아버지 정원경이 운 좋게 벼슬을 얻어 형조판서에 올랐다. 봉화 정씨가 그의 아버지 정원경에서부터 시작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도전의 외증조할아버지는 김전金戩이며 단양 우씨 우현보의 친척이었다. 김전은 일찍이 절에 들어가 중생활을 했었다. 김전은 자기 집 노비 수이樹伊의 아내를 꾀어 간통해 정도전의 외할머니 김아무개 여인을 낳았다.
김전은 중생활을 청산하고 집으로 돌아와 수이를 내쫓고 그 아내를 데리고 살면서 그 딸을 길렀다.
세상 사람은 이 딸아이가 수이의 딸인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김전은 이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곱게 길러 역시 단양 우씨 우현보 집안의 우연禹延이란 선비에게 시집보내고 자신의 집과 땅, 노비를 모두 물러 주었다.
이 우연에게 시집간 정도전의 외할머니는 정도전의 어머니 우아무개 여인을 낳았다.
정도전의 어머니 우씨는 정원경에게 시집 갔고 그는 여러 벼슬을 거쳐 형부상서 즉 오늘날 형조판서에까지 오르고 아들 3명을 낳으니 그 큰아들이 정도전이었다.
그러나 이 출생비밀을 아는 사람은 정도전의 외할머니 집안인 단양 우씨 우현보 집안 사람들 뿐이었다.
이 시대에는 중국의 공자와 맹자에 의해 시작된 유학이 주자를 통해 성리학으로 발전되고 원나라로 유학을 갔던 유학생들에 의해 고려에 전래돼 한창 인기 있는 학문으로 부각되고 있었다.
이곡李穀(1298∼1351)과 그의 아들 이색은 원나라 유학을 다녀온 이름 있는 성리학자이자, 정치가였다.
정도전의 아버지 형조판서 정원경은 친구인 이곡을 찾아가 아들 정도전의 공부를 부탁해 정도전은 이곡의 아들, 이색에게서 성리학을 배웠다.
이 때 이색에게서 정도전과 함께 머리를 맞대며 가르침을 받았던 친구가 정몽주와 이존오였으며 하윤, 권근, 정총, 이숭인, 변계량 등은 정도전의 후배였다. 그러나 같은 제자인 이들도 정도전의 피 속에 흐르고 있는 천한 노비의 슬픈 비밀은 알지 못했다.
정도전은 1360년(공민왕7) 18세의 나이로 비천한 자기 신분을 숨기고 성균시 시험장에 나아가 합격했다. 그리고 2년 뒤인 1362년(공민왕9)에는 진사시에 합격, 충주사록․ 전교주부․ 통례문지후를 역임하고 성균관 정7품 태학 박사에 올랐다. 이 때 정도전은 이색의 문하에서 함께 공부했던 정몽주와 후배 이숭인을 성균관인 태학에서 만나 함께 교편을 잡았다.
그러다 1371년 태상박사에 승진, 5년간 지냈으며 예문교지, 성균관 사예를 지냈다.
1374년 공민왕이 피살된 뒤 명나라 사신을 죽인 고려는 명나라와의 외교관계를 끊고 다시 원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으려 했다. 이 때 정도전은 권신 이인임․ 경흥복 등의 친원 세력과 맞서 친명을 주장하다가 이듬해인 1375년(우왕1) 전라도 나주(회진현)로 귀양 가 2년 동안 지냈다.
귀양에서 풀려난 정도전은 고향 영주로 돌아가 4년 동안 숨어살다가 한양 삼각산 밑으로 가서 초가집을 짓고 학생들을 모아 글을 가르쳤다. 지금의 경기도 안양시 박달동 삼봉三峯마을 삼봉초등학교 인근이다. 주변 유학생들이 쫓아와 집을 부수고 철거해 김포로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유랑생활을 시작했다.
정도전은 다시 벼슬에 나가고 싶었지만 관직에서 쫓겨난 몸이었다. 그는 자신이 다시 벼슬에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 속에 이성계가 떠올랐다. 이성계의 명성은 떠오르는 별과 같았다. 정도전은 이성계를 도와 이상국가를 세우고 싶었다.
지금부터 8년 전인 1383년, 정도전은 드디어 함경도(동북면)도병마사로 있는 이성계를 찾아가 울면서 말했다.
“장군, 천하를 훔치시겠다면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기 5년 전의 일이었다. 일찍부터 역성혁명을 꿈꾸며 자신을 도와 줄 사람을 찾던 이성계는 벼슬자리를 얻기 위해 먼 길을 찾아 온 정도전을 부하로 삼았다. 이렇게 해서 이성계의 부하가 된 정도전은 이듬해 명나라 사신으로 떠나는 친구 정몽주의 서장관으로 임명돼 그를 모시고 따라갔다. 그리고 명나라에서 돌아와 이성계의 추천으로 성균관 제주와 남양부사를 지냈다.
그러다 1388년(우왕14) 1월, 이성계와 손잡고 이인임의 일당을 숙청한 최영은 이성계를 좌의정격인 수무하시중에 앉히자, 이성계는 정도전을 추천해 성균관 대사성에 앉혔다.
그러나 몇 개월 뒤인 6월,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에 성공하자, 정도전은 조준 등과 함께 이성계를 도와 조민수를 제거하고 토지개혁을 단행했다.
모든 권세 있는 대신들이 목숨을 걸고 반대했으나 천한 노비출신에 밋밋한 집안이었던 정도전에게는 빼앗길 땅이 없었다.
오직 불평등한 세상에서 질곡에 매어 신음하는 백성들의 신음소리와 천한 신분의 여인의 아들로 태어난 자신의 전설이 생각날 뿐이었다.
마침내 이성계와 정도전은 우왕과 창왕을 신돈의 자손이라는 거짓말을 퍼뜨려 쫓아내고 공양왕을 세웠다.
이 공으로 그는 정당문학에 올라 출세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현보의 어린아들 5형제는 높은 관직에 앉아 정도전을 조소했다.
이때 정도전이 벼슬이 옮겨질 때마다 대간에서는 그 임명장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정도전은 대간들이 서명을 하지 않은 이유가 자신의 출생비화를 알고 있는 우현보의 아들들이 시켜서 한 짓이라고 생각하고 분노와 원망을 가슴속에 싹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렸다. 마침내 정도전은 이성계의 세상을 만드는데 걸림돌이 된 스승 이색과 후배 권근․ 이숭인 그리고 스승 이색의 아들 이종학 또 외갓집의 인척인 우현보를 죽이려 했다.
지금까지 정도전은 이성계의 우익으로 이성계의 두뇌였다. 정도전은 이성계의 부하들을 시켜 이색과 우현보 등 고려 충신들을 귀양 보내거나 죽이라며 상소하게 했다.
이 상소가 공양왕에게 받아 들여지지 않자, 정도전은 직접 자신이 나서서 강경한 글로 상소를 올리고 스승 이색과 외척 우현보를 죽이라며 상소를 올렸던 것이다.
귀양간 우현보는 비천한 정도전의 출생 비화를 세상에 알려 정도전의 정치생명을 끊으려 했다.
마침내 우현보는 정몽주 등에게 정도전의 슬픈 출생비밀을 알렸고, 정몽주는 간관들을 꾀어 그의 출생비화를 상소에 담아 올려 정도전을 죽이게 했다.
때는 1391년(공양왕3) 9월이었다. 마침내 사헌부에서 정도전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리기 시작했다.
“정도전은 가문의 풍속이 바르지 못하고 족보가 명확지 못한데 도 높은 관직을 받고 조정에 있으니 정도전에게서 임명장을 빼앗고 그의 신분을 보통사람으로 해서 그 죄를 밝게 다스리소서!”
이성계와 남은 등 정도전의 일당들은 이 상소를 막으려 온갖 힘을 다 썼으나 천민출신이 공문서를 위조해 시험을 치르고 조정벼슬에 나온 정도전의 죄를 덮을 수는 없었다.
사헌부는 번갈아 계속 상소를 올리며 정도전의 죄를 탄핵했다.
정도전의 죄는 그 동안 사직을 속이고 임금을 속인 죄이니 마땅히 죄를 묻는다면 목을 베야 하는 중죄였다.
마침내 공양왕은 정도전의 임명장을 빼앗고 그의 신분을 보통사람으로 해서 나주로 귀양을 보내고, 그 두 아들 정진鄭津과 정담鄭湛 또한 보통사람의 신분으로 해서 귀양을 보냈다. 이렇게 정도전을 귀양 보낸 공양왕은 정도전이 탄핵상소를 올려 귀양을 가게 했던 이색과 이숭인을 귀양에서 풀고 돌아오게 했다.
정도전이 귀양을 떠나자, 정도전을 귀양 보낸 데 대해 불만은 품은 남은南誾은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벼슬에 사직서를 내고 정치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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