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사절요 6 -- 공양왕 폐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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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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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00: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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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왕의 동맹문서(1392)
이제 공양왕에게 남은 것은 이성계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길밖에 없었다.
말에서 떨어져 다리뼈가 부러진 이성계는 개성에 돌아온 지 2개월이 넘도록 지금까지 한번도 대궐에 들어오지 않고 북청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 앉아 부하들을 시켜 나라를 빼앗기 위한 음모만을 꾸며 갔다.
그 동안 이성계의 제7남 이방번(이성계의 후처 강씨가 낳은 맏아들)을 공양왕의 남동생 정양군 왕우의 딸과 결혼시켜, 사사롭게 공양왕과 이성계는 사돈관계를 맺었다. 이러한 정략결혼은 공양왕이 이성계에게 목숨을 구걸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양왕이 볼 때 이성계의 양심과 도덕성은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으며, 그 속은 간사하고도 음흉해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었다. 공양왕은 이성계가 끝내 고려사직을 빼앗고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공양왕은 분노에 떨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가만히 앉아 이성계의 칼을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공양왕은 백성의 옷으로 갈아입고 초라한 일행을 거느리고 이성계의 집으로 향했다.
명목은 대신의 병문안이었지만 목적은 이성계를 찾아가 목숨을 구걸하기 위한 것이었다.
때는 1392년(공양4) 6월 17일 낮12시였다.
공양왕이 이성계 집으로 찾아가자, 이성계는 부러진 다리를 절룩거리며 뛰어나와 공양왕을 맞고 큰절을 올렸다.
공양왕은 이성계를 가까이 오게 한 뒤 손을 붙잡고 말했다.
“대감의 충성심을 시기한 정몽주의 목을 베고 그 일당을 쫓아냈으니 용서하시오. 내가 이대감의 도움으로 임금자리에 오른 지 4년이 됐지만 덕을 쌓지 못해 권위가 없소. 나를 임금에 앉힌 사람이 이대감이니 나와 이대감이 동맹을 맺어 자손 대대로 서로 해치지 말고 삽시다!”
공양왕의 말에 이성계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되옵네다. 전하, 어찌 임금과 신하가 동맹을 맺을 수 있겠습네까?”
이성계의 말에 얼굴빛이 창백해진 공양왕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감! 나와 동맹을 맺는 게 싫다는 말이오?”
“아닙네다. 전하, 전하의 안전은 제가 살아 있는 날까지 목숨 걸고 지켜 드리겠습네다. 안심하시라우!”
이 날 공양왕은 이성계에게 가야금, 비파, 한약재를 선물하고 저녁 늦게까지 머물다가 돌아갔다고 고려사는 쓰고 있다.
충신들을 몰아내고 간관자리에 앉은 이성계의 부하들은 또다시 귀양 간 김진양 등 20여 명의 대간들에게 죄 주기를 청하며 상소를 올리기 시작했다.
공양왕은 듣지 않았으나 상소는 끝에서 끝을 물고 집요하게 올라왔다.
침묵을 지키던 공양왕은 상소를 올린 사람들을 불러 타일러 보았지만 헛된 일이었다.
마침내 공양왕은 이들의 상소에 무릎을 꿇고 귀양가 있는 김진양 등 20여 명의 대간들에게 곤장 100대씩을 치고 서울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귀양지를 옮기라고 명령을 내렸다.
공양왕은 왕세자가 명나라에 들어가자, 명나라 황제가 왕세자에게 융숭한 대우를 해주었다는 말을 기억에 떠 올렸다. 공양왕은 지금이라도 명나라 황제가 공양왕 자신을 고려의 임금으로 임명하는 왕위책봉 문서만 내려 준다면 고려사직은 이성계로부터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양왕은 왕세자를 불러 지난 번 하정사로 명나라에 들어갔을 때 황제로부터 융숭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명나라 황제께 다시 한번 왕위책봉문서를 청하기 위해 문하평리 김주金湊를 명나라에 파견했다.
김주는 마음이 이미 이성계에게 돌아간 사람이었으나 명나라에 보낼 자기 편의 사람이 없어 그를 보낸 것이다.
며칠 뒤의 얘기지만 명나라로 가던 김주는 함경도 숙주에서 공양왕이 이성계에게 폐위됐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가 진정한 신하였더라면 그는 명나라로 들어가 명나라 황제께 이성계가 고려사직을 빼앗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눈물로써 공양왕의 책봉문서를 요청하고 황제의 군사로 이성계를 진압해 줄 것을 청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주는 더 이상 길을 가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말을 돌려 달려와 이성계의 왕위찬탈을 환영했다. 그는 조선이 개국되자, 예문․춘추관 대학사, 문하부사 등을 지냈다.
한편 김주를 명나라에 보낸 공양왕은 그 자신이 이성계의 집을 찾았을 때 동맹을 거부하던 이성계의 찢어진 눈빛을 생각했다. 공양왕은 그런 이성계가 머지않아 고려사직을 빼앗고 공양왕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공양왕은 이성계가 나라를 빼앗기 전에 그와 동맹을 맺어 그로 하여금 나라를 빼앗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는 1392년(공양4) 7월 9일 갑신일.
공양왕은 밀직제학 이방원과 사예 조용趙庸을 불러 말했다.
“내가 앞으로 이성계 시중과 동맹을 맺을 것이다. 이시중에게 가서 말을 듣고 동맹서 초안을 작성해 올리라!”
공양왕은 잠시 뒤에 말을 이었다.
“반드시 옛날 책에 그 같은 옛 고사故事가 있을 것이다!”
조용이 놀라며 말했다.
“맹서는 중한 것이 아니니 성인이 싫어하는 바입니다. 나라와 나라사이에 동맹은 있으나 임금과 신하사이에 동맹이 있었다는 말은 옛날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자 공양왕은 말했다.
“어찌됐던 초안해 오라!”
조용은 이방원과 함께 내전에서 물러나와 이성계 집으로 가서 이성계에게 이 사실을 전하자, 이성계는 대답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 네가 왕의 명령 대로 초안을 잡아라!”
조용은 초안을 잡고 다시 이방원과 함께 공양왕에게 초안을 올렸다.
“그대(卿)가 있지 않았더라면 내가 어찌 이런 자리에 있겠는가. 그대의 공과 덕을 내가 감히 잊겠는가.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곁에 있으니 대대손손 자손들이 서로 해치지 말 것이다. 내가 그대를 저버림이 있다면 이 맹서와 같으리라!.”
초안을 읽고 난 공양왕은 만족한 듯이 말했다.
“됐다!”
공양왕은 이제 적당한 시기에 이성계를 불러 동맹서를 체결할 작정이었다.
공양왕은 이 동맹서가 체결되기 전에 미리 이성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도전을 봉화군 충의군奉火郡忠義君으로 봉하고 조반을 지밀직사사로 임명했다.
조반은 명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윤이․ 이초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와 이 사건을 국내에 알렸던 사람이다. 그는 이 공으로 판개성윤에 올랐으나 관청의 재물을 빼냈다가 지난해 탄핵을 받아 쫓겨났었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의 폐위(1392)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할 때 남은과 조인옥 등은‘돌아가 혁명에 성공하면 왕씨 대신에 이성계를 왕으로 세운다’고 모의했었다.
그들은 돌아와서 이방원에게 이 말을 전하자, 이방원은 말했다.
“이 일은 큰일인 만큼 경솔히 말하고 다녀서는 안됩니다!”
마침내 정몽주을 죽이고 그 일당을 몰아낸 이성계의 부하들은 공공연히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해 앉히자고 선동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방원은 남은과 함께 이때야 말로 고려를 쓰려 뜨릴 기회라고 결론을 내렸다.
마침내 남은이 조준․ 정도전․ 조인옥․ 조박 등 52명을 불러 모의고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하기로 은밀히 협의를 했다.
다만 이성계가 화를 낼 것이 두려워서 이 사실을 이성계에게 알리지 못했다.
이방원이 이성계의 후처 강씨의 방으로 들어가서 이 사실을 알리고 이성계에게도 이 말을 전해달라고 말했다. 강씨 역시 이성계가 화를 낼까 봐서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방원이 남은에게 빨리 의장을 갖춰서 임금자리에 오르도록 권하라고 말했다.
때는 1392년(공양왕4) 7월 12일.
이 날 저녁, 배극렴, 조준, 정도전 등은 무장을 하고 수창궁에 들어가 왕대비 안씨를 협박했다.
배극렴이 왕대비 안씨에게 말했다.
“지금 임금은 어둡고 둔해서 임금의 도리를 지키지 못한 까닭에 사람들의 마음이 이미 떠나가 버렸습니다. 나라와 백성을 맡길 수 없으니 폐출시키기를 청합니다!”
야사는 왕대비 안씨가 이미 백발의 할머니였고 귀까지 멀고 노망이라는 치매증세까지 있었다고 전하고 있으나 이 때 왕대비 안씨는 42∼43세의 젊은 여인이었다.
왕대비 정비는 왕대비로서 자존과 위엄을 갖추고 있는 여인이었으나 그녀 역시 연약한 한 여인이었다.
잠시 뒤 남은과 정희계가 교지를 받들고 대비궁에서 나와 대전으로 향했다.
이 때 공양왕은 이성계의 집으로 찾아가 술상을 차려 놓고 동맹식을 갖기 위해 친위대까지 늘어세운 뒤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침내 남은이 문하부 평리 정희계와 함께 조작된 왕대비의 교지를 받들고 북천동 대궐로 건너가 내전으로 들어갔다. 공양왕은 말했다.
“무슨일이오!”
남은이 말했다.
“왕대비마마의 교지옵니다!”
임금의 우부대언 한상경이 교지가 싸인 붉은 보자기를 풀자, 공양왕은 무릎을 꿇었다.
“수창궁의 왕대비는 교지를 내리노라. 지금 임금 부자는 사람의 품성이 용렬하고 덕이 없기로 오늘 종묘사직을 대표해 왕실의 어른인 내가 폐서인할 것을 분부하노라!”
왕대비의 교지를 듣던 공양왕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남은이 물었다.
“마지막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공양왕은 입을 열었다.
“내가 본시 임금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여러 신하들이 나를 강제로 임금에 앉혔소이다. 내 성격이 좋지 못했는데 어찌 신하들에게 거슬리지 않았겠소!”
이것이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의 마지막 말이었다.
환관들, 궁녀들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몇 사람의 충신들은 통곡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공양왕의 둘째사위 부마로 우홍수의 아들 단양군 우성범과 셋째사위 부마 전 문하찬성사門下贊成事 강시姜蓍의 아들 진원군 강회계姜淮季가 소리를 질렀다.
“네 이 역적놈들, 왕대비를 협박해 거짓교지를 만들었으니 속지 않으리라!”
남은이 무사에게 호령했다.
“저놈들을 끄집어내 목을 쳐라!”
옆에 있던 무사들이 임금의 두 사위를 끄집고 나갔다.
이 때 우홍수의 나이 22∼25세, 강회계의 나이 20∼23세 정도였다. 이 두 부마는 끌려 나가면서 온 몸으로 절규하며 소리쳤다.
“네 이놈들, 너희들은 어느 나라에 녹을 먹었더냐? 전하가 무슨 죄가 있느냐? 이놈들아, 천벌을 받으리라!”
공양왕과 세자 왕석은 폐서인이 돼 강원도 원주로 귀양을 떠났고, 단양군 우성범과 진원군 강회계 두 사위는 회빈문 밖에서 목이 잘렸다.
공양왕은 지난 1389년(창왕1) 11월 15일, 고려 제34대 임금으로 즉위해 1392년(공양왕4) 7월 12일 갑신일, 이 날 폐위되니 임금자리에 오른 지 2년 9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로써 서기 918년 6월 병진일에 왕건에 의해 세워진 고려는 제34대왕 474년 1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고려사직을 무너뜨리고 왕위를 강탈한 이들에 의해 쓰여진‘고려사절요’는 다음과 같은 글로 고려사를 은폐 왜곡하며 고려사를 끝맺고 있다.
신묘일에 왕이 왕위를 사양하고 원주로 갔다가 조금 후에 간성군(현재 강원도 고성군 간성)으로 갔는데 공양군으로 봉했다. 왕은 3년 뒤 갑술년에 삼척부에서 죽었다. 뒤에 공양왕으로 추봉됐다.
◆공양왕의 가계도
고려 제20대 신종의 7대손(이름 요瑤․ 정창부원군定昌府院君에 책봉)
아버지 정원부원군(定原府原君) 왕균王鈞
어머니 왕씨(복녕옹주福寧翁主)
출몰연월일 : 년 11월 월 일∼1394 년 4월 17일(50세)
재위기간 : 1389년 11월∼1392년 7월 일(2년 6개월)
왕비 1명
왕비 노씨(순비順妃 ․ 창성군 노진盧鎭의 딸)
자녀 2남 3녀
제1남 세자 순성군順城君 왕석王奭
세자빈 이원굉의 딸과 1391년 결혼
제2남 왕자 ОО
제1녀 숙녕공주
사위 ООО
제2녀 정신공주
(사위 우성범禹成範․ 우홍수의 아들)
제3녀 경화공주
(사위 강회계姜淮季․ 문하찬성사 강시의 아들)
이성계 왕으로 추대되다(1392)
공양왕을 몰아낸 이성계 일당은 또다시 왕대비를 찾아가 이성계를 감록국사監錄國事에 앉히게 했다.
감록국사란 나라 일을 살피고 기록한다는 뜻이니 나라 일을 맡는 임시관리이다. 이는 중국 황제가 고려와 조선의 임시 임금에게 내린 칭호였다.
이들은 이 날부터 16일까지 4일 동안 이성계의 등극을 위한 모든 준비를 했다.
때는 1392년 7월 16일, 배극렴, 남은, 정도전 등 52명의 이성계 일당들은 어보 즉 옥새를 앞세우고 이성계 집으로 찾아가 이성계에게 어보를 전했다. 또 다음날인 1392년 7월 17일, 이성계는 수창궁에서 고려 제35대 임금에 올랐다.
7월 18일, 이성계는 밀직사 조반을 명나라에 파견해 공양왕이 물러가고 이성계가 왕위에 올랐음을 보고하고 허락을 받아오게 했다. 이 때 조반이 명나라에 바친 글은 다음과 같다.
“저희 작은 나라의 공민왕이 아들이 없이 죽자, 권신 이인임이 신돈의 아들 우를 임금에 앉혔습니다. 우는 죄없는 사람을 많이 죽이고 상국의 요동을 치려했습니다. 우군도통사 이성계가 큰 나라는 칠 수 없다며 군사를 돌리자, 우는 임금자리를 자기 아들 창에게 물러주고 떠났고, 창이 나이가 어려 정사를 펴지 못하자, 공민왕비 안씨의 교지를 받들어 왕씨의 집안 사람인 왕요를 임시 임금에 앉혔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어리석어 충신을 죽이려 했고, 부처를 섬기며 토목공사를 일으켜 백성들을 괴롭혔습니다. 다시 공민왕비 안씨의 교지를 받들어 그를 자기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나라 임금자리는 막중한 자리여서 한시도 비워둘 수 없는데 이제 왕씨의 집안에는 임금으로 세울 만한 인물이 없습니다. 그리고 나라 안에 임금으로 세울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오직 만백성의 추앙을 받고 있는 이성계 뿐입니다. 이에 고려의 만백성들이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
때는 1392년 7월 20일. 이성계가 왕위에 오른 지 3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이방원의 장인으로 사헌부 대사헌에 앉은 민개閔開가 주청을 올려 말했다.
“왕씨들을 그대로 두며 백성들의 동정을 사서 왕씨 복위를 노리는 난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먼 곳으로 쫓아 보내소서!”
왕위에 오른 이성계는 개성 고려사직에 모셔진 왕씨들의 신주들을 없애고 자기 이씨 조상들을 왕으로 추존해 그 곳에 모시려 했다. 고려 종묘사직 태묘에서 나온 신주들은 배에 실려졌고, 그 배는 임진강 강물에 띄어졌다. 강물을 따라 떠내려가던 배가 어디쯤 떠내려 가다가 갑자기 강물을 거슬려 올라와 경기도 마전에 닿았다.
이 보고를 받고 놀란 이성계는 이 배가 닿은 인근에 있던 한 사찰을 비우게 하고 그 곳에 이 고려 왕씨 신주들을 모시게 한 뒤 공양왕의 동생으로 자기 제7남 아들 방번의 장인이었던 정양군 왕우와 그 아들로 하여금 왕씨들의 제사를 지내게 했다.
이성계는 순흥군 왕승王昇과 그 아들 왕강王康 그리고 정양군 왕우王瑀와 그 아들 왕조王珇․ 왕관王琯을 제외한 모든 왕씨를 강화도와 거제도로 옮기게 했다.
순흥군 왕승 부자는 나라에 공이 있다는 것이었고, 정양군 왕우 3부자는 고려왕조의 제사를 받들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 고려왕실의 종친으로서 태조 왕건의 후손들 중 왕실의 종친이 되는 왕씨들은 거제도로 옮겨 갔고, 종친이 아닌 왕씨들은 강화도로 옮겨 갔다.
정도전의 복수(1392)
귀양에서 돌아온 정도전은 자신의 출생비화를 세상에 고발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우현보에 대해 원한을 품고 그와 그 자식 5명을 죽이고 그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려 했다. 정도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뜻을 이루려 했으나 실패했다.
마침내 고려가 망하자, 정도전은 귀양 가 있는 우현보와 그 아들 5명과 귀양 가 있는 고려충신들을 죽이려 했다.
이성계는 왕위에 오른 지 열흘이 넘도록 취임사 교서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도전은 뒤늦게 이성계의 취임사를 쓰게 됐다. 이 글에 귀양 가 있던 우현보․ 이색 등 고려 충신 56명을 사형에 처한다는 말을 적어 넣었다.
글을 받아본 이성계는 이들의 사형에 대해 반대했고 정도전과 그 부하들은 이들을 죽여야 한다며 끈질기게 청했다.
이성계가 끝내 반대하자, 정도전은 이들에게 곤장을 쳐 귀양만이라도 보내자고 청했다.
이성계는 우현보․ 이색․ 설장수는 자기보다 나이가 더 많은 노인들이라 곤장을 칠 수 없으니 그냥 귀양을 보내고 이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만 차등 있게 곤장을 쳐서 귀양 보내라고 말했다.
마침내 7월 28일, 이성계의 취임사 교서가 발표됐고, 취임사 속에 고려 충신들에 대한 처리가 언급됐다.
우현보, 이색, 설장수는 귀양을 살고 있는 곳에서 더 먼 곳으로 귀양을 보낸다.
우홍수, 강회백, 이숭인, 조호, 김진양, 이확, 이종학, 우홍득 등은 곤장 100대를 쳐서 먼 곳으로 귀양 보낸다.
최을의, 박홍택, 김이, 이내, 김묘, 이종선, 우형강, 우홍명, 우홍부, 서견, 김첨, 허응, 유향, 이작, 이신, 안노생, 권홍, 최함, 이감, 최관, 이사영, 유기, 이첨, 강여, 김유수 등은 곤장 70대를 쳐서 더 먼 곳으로 귀양을 보낸다.
취임사 교서가 발표되자, 정도전은 경기계정사 허주를 시켜 충청도 한산으로 귀양 가 있던 이색을 붙잡아 자연도紫煙島라는 무인도로 끌고 가 바다 속에 쳐 넣어 죽이게 했다.
경기계정사 허주가 이색을 잡아 죽이기 위해 떠나갔다.
그런데 이틀 뒤인 7월 30일, 정도전과 그 일당들은 상소를 올려 말했다.
“먼 곳으로 귀양을 보내라고 한 역적들을 울릉도와 제주도, 추자도로 귀양을 보내소서!”
이 말은 충신들을 모두 섬으로 귀양을 보낸다는 핑계로 이색처럼 바다로 끌고 가 그들을 바닷속에 던져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이성계는 듣지 않고 이색을 전라도 장흥부로, 우현보를 전라도 광주 해양으로, 설장수를 장기로 귀양을 보내고, 나머지 사람들은 더 먼 바닷가 육지로 귀양을 보내게 했다.
이렇게 해서 이색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던 정도전은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고, 우홍수 이하의 모든 충신들은 곤장을 맞고 귀양지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 가게 됐다.
귀양간 충신들에게 곤장을 치기 위해 양광도(경기․충청도 일부지방)에는 상장군 김노, 경상도에는 상장군 손흥종, 전라도에는 군기감 판사 황거정, 서해도와 서북면에는 군자감 판사 장담, 강원도에는 예빈경 전이가 임명돼 떠나게 됐다.
정도전은 이들에게 이종학, 최을의, 우홍수, 이숭인, 김진양, 우홍득, 이확, 우홍명 등에게 곤장을 칠 때 등을 쳐서 등뼈를 부려뜨려 죽이게 했다.
역사 조선왕조실록 태조편은 이 때 우현보의 아들 3명과 이색의 아들 이종덕, 이종학, 그리고 이숭인․ 김진양 등이 곤장을 맞을 때 등뼈를 맞아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록과 달리 귀양 가 있던 많은 충신들이 이 때 죽음을 당했다.
도은 이숭인李崇仁(1349∼1392) 의 본은 성주 이씨이며, 성산군 이원구李元具의 아들은이다. 고려 권신 이인임과 이원구가 6촌 형제였으므로 이숭인은 우왕의 외가 9촌 백부가 되는 명문가문의 사람으로 앞날이 밝은 사람이었다.
호가 도은陶隱, 이며 고려말 학자이다.
목은 이색 ․ 포은 정몽주와 함께 고려 삼은의 한 사람이며 청년시절에는 정도전과 둘도 없이 친한 선후배 사이었다.
공민왕 때 문과에 급제, 벼슬을 시작했으나 친원파와 친명파의 모함을 받아 여러 차례 옥사에 관련돼 귀양을 다녔다. 이색이 늙고 병이 든 이후 고려의 모든 외교문서가 그의 손에서 쓰여 졌다.
간관들을 사주해 정도전을 죽이라는 상소를 올린 죄로 전라도 나주로 귀양 갔다. 정도전이 나주에 황거정黃居正을 보내 등에 곤장을 쳤으며 귀양지가 옮겨져 가던 중에 남평에서 죽으니 이 때 나이 만 42세, 거룩한 절개와 충절을 고려와 함께 끝맺었다. 아들 4명이 있었는데 차검․ 차약․ 차찬 등이다. 뒷날 태종 이방원이 1403년(태종3) 그를 이조판서에 추증하고 그의 유고집을 발행했다.<고려사․태조실록>
이색은 도은 이숭인이 자기 호를 도은이라 짓고 이색에게 기를 부탁하자, 이색은 그 글을 썼다. 이글은 이색 선생의 시문집인 목은선생문집‘도은제기陶隱齋記’에 다음과 같이 전하다.
도은陶隱의 뜻은‘질그릇 굽는사람으로 숨었다’는 뜻이다. 도은 이숭인은 16세에 시와 부로 임인년 과거에 급제했는데 문장이 뛰어났다. 이숭인과 나는 남양공 허식의 제자였으며 성균관 교수로 있으면서 동료로서 사궈왔으며 서로 묻고 질문하는 사이였다.
이종학李種學(1361∼1392) 이색의 제2남. 호는 인재麟齋, 고려말의 학자였다. 14세에 성균시에 합격, 벼슬을 시작했다. 아버지 이색과 함께 이성계로부터 고려를 구하려다가 아버지와 함께 여러 차례 귀양을 다녔으며, 윤이․ 이초의 밀사사건에 관련돼 청주에 하옥됐다가 풀려나 귀양 가기도 했다. 간관들을 사주해 상소를 올린 죄로 이 날 경주로 귀양 갔다가 고려가 망하자, 정도전이 그를 죽이기 위해 손흥종을 보냈다. 당시 경주 계림 판관은 김여지였는데 김여지는 이색의 제자였으며 이종학이 과거시험관으로 있을 때 발탁한 사람이었다. 손흥종이 곤장을 치면서 그의 등을 치려하자 김여지는 아전들에게 법에 없는 곤장을 남용치 못하게 해 죽음을 면했다. 그러나 그의 귀양지가 전북 고창군 장사현으로 옮겨지자 그 곳으로 끌려가던 중 무촌역에서 손흥종이 보낸 사람에게 목 매임을 당해 죽었다. 이 때 나이 만 31살. 꽃다운 청춘과 거룩한 충절을 조국 고려와 함께 끝맺었다. 그는 자기의 죽음을 예감하고 사람들에게 말했다.“내가 죽거든 내 아들들에게 글공부를 시키지 말라!” 그에게는 아들 6명이 있었는데 숙야叔野․ 숙규․ 숙당叔當․ 숙무叔畝․ 숙치叔福․ 숙치叔畤였으며 이들은 아버지의 유언을 꺾고 글 공부를 한 뒤 이성계의 조선에 나아가 모두 높은 벼슬을 올랐다.
제4남 숙무叔畝( ? ∼1439)는 태조 이성계의 장남 진안군 이방우의 딸과 결혼했다.
또 그의 증손 훈塤(1429∼1481)은 효녕대군의 사위가 돼 이시애 난을 평정, 공신에 올라 한성군에 봉해졌다. 훈의 아들 유청惟淸(1459∼1531)은 영의정에 올랐다. 꽃다운 젊음을 조국 고려와 함께 마치면서 남겼던 이종학의 유언은 덧없는 것이 됐다.<고려사․태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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