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친구 박태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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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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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4 13: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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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과 1987년에 박태흔이란 분에게서 칸트를 배웠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신민당총재로 있었다.
선생님은 강의마다 김영삼 총재이야기를 했다.
김영삼 총재와 선생은 서울대 철학과 동기라 했다.
선생은 자주 경상도 거친 사투리로 내게 말씀하셨다.
"영삼이는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치판만 쫓아다녔다. 졸업논문 '칸트철학의 고찰'이란 논문도 내가 써 줬다."
실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논문은 '칸트철학의 고찰'이었다.
난 중앙 정부대변지 기자를 지냈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취임한 날 취임사가 들어왔다.
칸트의 격언이 그 취임사의 마지막 부분에 실려 있었다.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내 머리에 이상이 빛나고 내 가슴은 정열에 뛴다."
그런데 이 격언의 앞 뒤 문장이 뒤 바뀌어 쓰여 있었다.
나는 기계적으로 뒤바뀐 이 문맥을 바로 잡았다.
이 때 내 은사 박태흔 선생이 생각나 흐뭇했다.
아마 박태흔 선생이 대필해 준 이 논문에 이 유명한 격언이 실려 있었고, 김 전대통령은 친구가 써준 이 졸업논문을 읽다가 이 귀절을 자신의 격언으로 삼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 날 평소에 없던 일이 있었다.
이 때 한참 이 신문의 기자들이 정부인사로 기용될 때였다.
이 신문 문화부장 출신 논설위원 김정숙씨가 장관으로 임명됐던 기억도 있다.
정치에 야망을 품은 사람들은 청와대 푸른기와를 바라보며 부산하게 움직이며 몰려다니며 축하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런데 무식한 부장이 이 기사를 보았다.
그는 내게 쫓아와 말했다.
"감히 대통령의 말씀을 네 마음대로 손을?"
신문사에서 대통령의 취임사를 바꾸거나 바로잡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대통령의 말은 곧 나라의 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통령이 인사권자로 있는 정부 언론사에서 말이다.
자초지종을 말할 여유가 없이 바쁜 난 웃으면서 원고대로 기사를 그냥 두었다.
오늘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사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인터넷 취임사에는 이 격언이 발견되지 않는다.
취임사가 원본과 보도자료용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김 전대통령이 마지막에 이 취임사를 보고 이 대목을 첨삭했는데 바쁘게 하다보니 너무 오래전에 본 글이라 칸트격언 앞뒤 문장을 바꿔 적었고 이 글을 수정하지 않은 원본은 그대로 역사에 기록됐다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의 언론사는 왜왕을 천황이라 하고 천황기사가 올라오면 기자들은 화장실로 쫓아가 손과 눈을 씻고 와서 기사를 보고 만진다.
참 무식하다. 일본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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