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사절요 4 -- 정몽주의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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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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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1 23: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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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사에 따르면 정몽주가 병문안을 가서 두 사람이 마주 앉았는데 두 사람의 행동과 얼굴빛이 매우 부자연 스러웠다고 적고 있다. 두 사람사이에 침묵이 흐르고 이윽고 이성계가 정몽주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사이에 오간 말은 아주 형식적인 말이었다. 정몽주가 먼저 말했다.
“대감! 영웅호걸 같은 대감이 어쩌다가 이리됐소?. 어서 털고 일어나시오. 전하께서도 걱정하고 계시오!”
이성계는 대답했다.
“부끄럽소. 다늙어서 사냥질이나 하다 이리됐으니!”
야사는 이 날 이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눈 사랑채에서 웃음소리도 들렸다고 쓰고 있으나 근거 없는 야담이다.
정말 이 사랑방에서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면 이 웃음소리는 두 사람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웃음이 아닐 것이다.
어찌됐던 이 때 정몽주는 속으로 이성계를 원망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원수놈, 그 자리에서 죽지 않고 용케도 살아왔네!’
이성계도 뒤질 세라 속으로 이렇게 원망하고 있었을 것이다.
‘네 이놈 정가야, 네가 고려 9공신이 된 것도, 또 정승이 된 것도 다 누구의 덕이냐? 은인을 모르고 날 죽이려 하다니 이 벌레만도 못한놈!’
야사는 이 때 이성계의 사위 이제가 들어와 말했다고 전한다.
“건너방에 술상을 봐 두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정몽주는 이성계와 작별하고 이성계 방에서 나와 건너방으로 들어갔고 이방원이 정몽주를 맞아 두 사람은 술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며 앉았다고 한다.
이 때 이방원의 나이 만 25세, 이성계보다 한 살 어린 정몽주의 나이 만 56세.
이 두 사람은 성균관 태학에서 글을 가르치고 배운 스승과 제자 사이었다.
그럼에도 이미 이방원의 눈에 핏발이 서려 있었다 한다.
계속해서 야사에 귀를 기울어 보면 이 때 이방원이 정몽주를 향해 입을 열었다고 한다.
“대감! 약주 한 잔 올리겠습니다!”
정몽주는 대답했다.
“장부사차 불피어든 치주를 안족사리오(丈夫死且不避巵酒安足辭)?, 가득붓게!”
이 말은‘대장부가 죽음이라 해도 피하지 않을 일인데 네 같은 애숭이가 따라주는 술 한 잔을 사양할까 하여 하는 말이냐’는 뜻이었다.
마침내 이방원은 술을 가득 따라 정몽주에게 올리며 말했다.
“대감! 제가 권주가를 올리겠습니다!”
정몽주가 고개를 끄떡이자, 이방원이 권주가를 띄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리리.
이방원의 이 권주가는 썩은 고려 왕조를 위해 충성하느니 이성계를 임금으로 추대해 만수산 칡덩굴처럼 얽혀서 지내보자는 얘기였다.
정몽주는 술을 따라 이방원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러면 이 번엔 내가 자네를 위해 권주가를 띄우겠네!”
정몽주는 눈을 지그시 감고 권주가를 읊기 시작했다.
이 몸이 죽어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넚이라도 있고 없고
임향한 임편단심 가실 줄 있으랴.
정몽주의 이 권주가는 내가 죽어 흰 뼈가 썩어 흙이 되더라도 고려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로 고려는 너희들이 빼앗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장면들은 모두 근거 없는 야담소설이다.
이성계 집으로 들어간 정몽주는 이성계가 있는 사랑방에서 또 다른 건너방으로 건너간 사실도 없고 술상이 놓인 건너방에서 이방원과 마주 앉은 사실도 없다.
이성계집으로 들어가 잠시 이성계를 만난 정몽주는 이성계의 손목만 만지는 선에서 몇 마디 형식적인 겉치레 인사만 간단히 하고 일어나 수행원 녹사 김경천을 앞세우며 이성계의 집을 나갔다.
정몽주가 돌아가자, 이방원은 자신이 직접 정몽주의 격살을 지시하기 위해 말을 타고 이방과의 집으로 갔다.
그 곳에는 조영규 등이 정몽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방원은 정몽주가 지나갔는지를 물었다. 아직 정몽주가 지나가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이방원은 정몽주를 죽일 방법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이성계의 집으로 돌아갔다.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은 선죽교 못 미쳐 이 때 주막이 있었다고 적고 있다.
야사는 이 때 정몽주가 울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이 주막에 들러 막걸리 몇 사발을 마셨다고 전하고 이 때 정몽주가 말을 멈추고 술을 마신 주막이 있던 마을을 개자리마을 또는 좌견리坐犬里라고 부른다고 전한다.
좌견리란 개가 앉은 마을이라는 뜻이다.
‘개처럼 충직한 정몽주가 앉아 술을 마시며 만수산을 바라보며 망국의 슬픔을 개처럼 짖어댔다’는 뜻에서 붙어진 이름일까?
그러나 아쉽게도 이 야사 또한 모두 근거없는 야담소설이다.
조선왕조실록 태조편과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이 날 정몽주는 이성계의 집에서 지체하지 않고 금방 방에서 일어나 집을 나갔으며 돌아가던 길에 전 전 판개성부사判開城府事 유원柳源의 빈소에 조문을 했다고 쓰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야사에서 밝히고 있는 정몽주의 단심가와 이방원의 하여가도 뒷날 한 이야기꾼이 지어낸 얘기다.
정몽주가 주막집에 들르지 않고 초상집에 들렀다 해도 울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막걸리 몇 사발을 마셨을 것이다.
어찌됐던 정몽주는 서산에 해가 뉘엿뉘엿 떨어질 무렵, 수행원 녹사 김경천과 함께 말을 타고 왔던 길을 돌아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이방과의 집을 지나 선죽교 쪽으로 향하는데 뒤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멈쳤거라!”
조영규趙英珪, 조영무趙英武, 고여高呂가 군사들을 이끌고 이방과의 집에 숨어 망을 보며 지키고 있다가 정몽주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뒤쫓아 달려오며 소리치고 있었다.
조영규는 지금까지 이 땅에서 천덕꾸러기로 소외된 채 살아온 백성의 후예였다. 이 날 있었던 이 사건의 공으로 그는 뒷날 개국공신에 오르고 그 영광을 덮을 길이 없어 신창조씨의 시조가 됐다. 조영무는 쌍성땅을 원나라에 바치고 항복한 역적 조휘 집안의 후손이다.
뒷쫓아온 무리들은 소리쳤다.
“판위시사 조영규 영감께서 기다리고 계시다. 정몽주는 말에서 내려 철편을 받아라!”
뒷에서 철편이 날아와서 정몽주를 가격했다, 그러나 정몽주의 말이 무섭게 달리는 통에 철편은 맞지 않았다.
정몽주와 김경천은 선죽교 다리 진입입구에서 말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정몽주 말 앞을 김경천이 말을 타고 가로 막고 섰다.
판위시사란 왕의호위와 대궐경호 책임자로 판서급이다. 요즘말로 청와대 경호실장이니 정몽주와 잘 아는 사람이었다.
마침내 무리들 속에서 조영규가 얼굴을 내밀고 말했다.
“대감, 이제 대감은 천명을 다했으니 어서 말에서 내리소서!”
정몽주는 소리쳤다.
“네 이놈, 너는 고려의 녹을 먹는 고려의 신하가 아니냐? 이성계 대감이 시킨 일이냐?”
“아니요, 고려의 만백성의 뜻이오!”
철편이 날아와 수행원 녹사 김경천이 탄 말머리를 내리치자, 말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말에서 뛰어내린 수행원 녹사 김경천은 정몽주가 탄 말 앞을 가로막고 서서 품 속에서 칼을 뽑아 들며 외쳤다.
“이 역적놈!”
녹사 김경천은 뒤돌아 정몽주를 바라보며 외쳤다.
“어서 피하소서!”
의정부인 도평의사사의 종6품의 녹사 김경천金敬天, 녹사錄事란 서기란 뜻이다. 그다지 높지도 않은 벼슬에 붙여 살아 간 그는 이성계의 칼날로부터 정몽주를 지키고 싶었다.
김경천이 선죽교 입구에 버티고 서서 이성계 일당을 저지한 사이 정몽주는 말의 등에 채찍질을 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철편이 날아와 녹사 김경천의 머리를 내리치자, 김경천은 낙엽처럼 주저앉았다.
녹사 김경천을 죽인 자격들은 도망가는 정몽주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정몽주가 선죽교 다리 중간쯤을 달리고 있을 무렵, 뒤쫓아 온 조영규가 정몽주 말머리를 철편으로 내리쳤다.
말이 비명을 지르며 거꾸러지고 정몽주는 풀꽃처럼 땅에 떨어졌다.
그러자 고여高麗가 달려가 정몽주의 머리를 철편으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죽은 정몽주와 김경천의 입과 코에서 붉은 피가 흘려 내려 선죽교의 돌다리 위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정몽주를 죽인 조영규 일당은 이성계의 집으로 가서 이 사실을 이방원에게 알리자, 이방원은 이성계에게 알렸다.
≪정몽주의 약력≫
정몽주鄭夢周(1337∼1392) 호가 포은, 영일 정씨이다. 1360년 3회 연속 과거에 장원급제, 예문관 검열을 지냈다. 1364년 이성계의 사촌 삼선과 삼개가 여진 도적떼를 이끌고 쳐들어오자, 이성계의 종사관으로 나가 화주에서 격퇴했다. 1372년 명나라 사신으로 다녀와 대사성에 올랐으며 이 때 북원을 섬기지 말 것을 주장하다 권신 이인임에 의해 귀양 가기도 했고, 귀양에서 풀려나자 일본에 사신으로 건너가 왜구들에게 노락질을 금지토록 설득시키고 돌아왔다. 1380년 이성계를 따라 운봉에서 일본 왜적을 물리친 공으로 밀직제학이 됐다. 1384년 정당문학으로 명나라에 들어가 국교를 튼튼히 하고 돌아왔다. 1386년 또다시 명나라에 들어가 세공을 면제해 주도록 주청, 허락을 받고 돌아와 영원군에 피봉, 대제학에 이르렀다. 이성계가 위화도를 회군한 뒤 우왕과 창왕을 폐하고 공양왕은 세울 때 협조한 공로로 익안군충의군에 피봉, 좌명공신과 안사공신의 호를 받았으며, 1392년 대명률을 지어 바쳤다. 정몽주를 죽였던 태종 이방원은 뒷날 임금에 즉위하자마자 그에게‘대광보국숭록대부 영의정부사 수문전 대제학 겸 예문춘추관사 익양부원군’이란 긴 직첩을 내리고, 시호를 문충이라 했다. 저서는 포은집이 있다.♧
≪선죽교≫
야사는 정몽주와 김경천이 죽은 선죽교 돌다리 위에는 선혈이 낭자했고 그 피는 항아리에 담을 만큼 많았으며, 피비린내는 10리 밖까지 코를 찔렀다고 전한다. 또 그 피는 쉽게 지어지지 않았고, 정몽주가 피를 흘리고 죽은 그 자리에 푸른 대나무가 솟아올랐다는 얘기도 전한다. 선죽교는 너비가 10자, 길이 30자 정도의 작은 다리로 가뭄 때는 그 밑으로 실계천이 흐른다. 지금도 이 다리의 난간에는 정몽주와 김경천의 억울한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조선 영조 때 세운 추모비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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