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사절요 2 -- 말에서 떨어진 이성계를 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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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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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31 21: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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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서 떨어진 이성계(1392)
때는 1391년(공양왕3) 11월과 12월, 두 차례의 인사가 있었다.
권중화를 삼사좌사, 성석린을 삼사우사, 안익을 판개성부사, 조인경을 밀직부사로 삼고, 귀양에서 풀린 이색에게 한산부원군, 우현보를 단양부원군, 한천韓蕆을 판개성부사, 강회백을 정당문학 겸 대사헌, 윤취尹就를 지밀직사사, 안경공을 예문관제학, 공양왕의 사돈 우홍수를 동지밀직사사, 성석용成石瑢을 밀직사사로 임명했다. 그리고 이성계․ 심덕부․ 정몽주에게 안사공신安社功臣의 칭호를 더 내리고, 설장수․ 조준․ 성석린에게 정난공신定難功臣의 호를 내렸다.
또 정도전의 죄를 낮추어 그의 고향 경상도 봉화로 유배지를 옮겨주고, 왕안덕․ 우인열․ 박위를 사면해 귀양에서 풀어주고, 박가흥․ 지용기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편리한 대로 살게 했다.
이 때 전 목사 조중생曹仲生을 명나라 남경에 보내 말 1천 필을 바치게 했다.
며칠 뒤 명나라 황제가 강완자독康完者篤이란 환관을 보내 글을 전했다.
“삼한의 땅에 왕과 신하가 패란悖亂한 행동을 한 지가 20여 년이 됐도다. 다행히 성城과 들을 빼앗는 싸움이 없었으므로 백성이 도시와 시골에서 편안히 살고 있었다. 지난해 너희가 사신을 보내와서 고하기를 “왕씨의 후손이 백성들에게 왕노릇 한다고 하므로 내가 사신을 보내 고려에 들어가 위로하고 정치를 어떻게 하는지 보고 오게 하노라!”
공양왕이 기다리고 고대하는 왕위책봉 문서인 고명誥命과 책인冊印(금도장)은 이번에도 오지 않았다.
공양왕은 명나라 황제가 원망스러웠지만 이를 드러낼 수는 없었다.
때는 1392년(공양왕4), 새해가 밝았다.
언제부터인지 고려 나라 안에는 이상한 말들이 돌았다.
이 이상한 말에 대해 ‘고려사잘요’ 1391년(공양왕3) 12월의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황해도 의주에서 말라죽은 큰 고목나무에서 새 잎이 솟고 되살아 나니 사람들은 이성계가 나라를 세울 징조라 했다는 말이 들렸다.
물론 이 말 또한 이성계의 사람들이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기 위해 꾸며댄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이 때 나라 안에는 목자씨木子氏라는 동요가 펴져 있었다.
목자씨木子氏가 임금되네
목자씨가 임금 되네
5백년 고려 왕실
어느 땅에 옮기 실지
목자씨가 임금되네
목자씨木子氏란 나무아들의 성씨를 말하면 이 나무아들은 이씨李氏를 두고 하는 말이고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임금이 된다는 이 노래의 뜻은 이성계가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임금이 된다는 말이다. 이 동요 역시 이성계 사람들이 민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계획적으로 퍼뜨린 노래였다.
마침내 이 노래는 대신들과 공양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아무리 이성계가 나라의 모든 병권을 쥐고 수상자리에 앉아 있고 공양왕이 그의 꼭두각시라 하더라도 공양왕은 지존이요, 이성계는 신하였다.
이성계는 이 노래에 대해 결백을 증명하고 충성하는 기색을 보여야 했다.
때는 1392년(공양왕3) 3월 10일 아침이었다.
이 때 지난해 9월, 명나라에 하정사로 간 왕세자를 따라갔던 통역관 통사通事 이현李玄이 서울 개성에 들어와 왕세자가 돌아오고 있음을 보고했다. 왕세자는 길을 떠난 지 6개월 만에 돌아온 것이다.
이성계는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손수 왕세자 영접을 자청하고 나섰다.
때는 1392년(공양왕4) 3월 17일, 이성계는 부하들과 함께 황해도 황주땅까지 마중 나가 명나라에서 돌아온 왕세자를 맞고 돌아오던 길에 해주에서 사냥을 했다.
이성계는 이 사냥 도중 말이 바위를 헛디뎌 쓰러지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떨어져 다리 정강이뼈가 여러 토막으로 부려져 중태에 빠졌다.
이성계의 이 낙마소식이 서울 개성 수창궁에 전해지자, 공양왕은 안절부절 못하며 연달아 환관을 보내어 병세를 묻고 궁궐에 있는 의사와 약을 보냈다.
위독한 이성계를 죽이라(1392년)
이성계가 말에서 떨어져 위독하다는 소식이 개성 에 전해지자, 그 동안 이성계를 제거할 기회만을 노려오던 이색․우현보․정몽주 등 고려 충신들은 기뻐하며 함께 모여 의논을 시작했다.
논의결과 먼저 그 날개노릇을 하는 몇 사람을 제거한 뒤에 이성계를 죽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때는 1392년(공양왕4) 3월 24일(을사일). 마침내 세자가 개성으로 들어왔다. 의정부인 도평의사사에 몸담고 있던 신하들은 금교역까지 나아가 왕세자를 맞고 백관들은 선의문 밖으로 나아가 일렬로 늘어서서 왕세자 일행을 맞고 축하연을 베풀었다.
역사 고려사절요는 세자가 하정사로 명나라에 들어갔을 때 명나라가 왕세자를 예우한 사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세자가 명나라에 하정사로 들어가자, 황제는 세자를 내전으로 불러 다섯 차례나 잔치를 베풀어주었다. 또 천관千官에게 명해 날마다 세자에게 잔치를 베풀어 위로하게 하고, 황금 두 뭉치, 백금 10뭉치, 옷감 100필을 하사해 주었으며, 세자를 따라 명나라에 들어갔던 수행원에게도 은과 비단을 고루고루 나눠주었다.
그러나 세자는 공양왕이나 세자 자신의 책봉문서는 받아 오지 못했다.
공양왕은 명나라 황제가 야속하기만 했다. 지난 2년 동안 명나라에 보낸 말의 수만도 1만5천 필이요, 부랄 없는 환관만도 250여 명, 거기다가 1년에 두 차례씩 온갖 귀한 물건들을 가져다 바쳐왔다.
한편 이 때 정몽주를 주축으로 한 충신들은 이성계의 수족들을 제거키 위한 살생부를 만들었다.
이성계의 수족으로서 살생부에 오른 사람들은 다음과 같았다.
삼사좌사 조준
전 정당문학 정도전
전 밀직부사 남은
전 판서 남재(남은의 형)
전 이조판서 윤소종
청주목사 조박(이방원의 동서)
그러나 이들을 국법으로 죽이기 위해서는 사헌부나 사간원의 탄핵상소가 있어야 했다.
정몽주와 이색, 우현보는 이숭인(이색의 제자)과 이종학(이색의 아들)을 사헌부의 김진양(이색의 제자)에게 보내 살생부에 오른 정도전, 조준 등 이성계의 핵심참모 6명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리게 했다.
때는 1392년(공양왕4) 4월 1일. 마침내 정몽주의 지시를 받은 사헌부와 사간원의 간관들은 이성계 수족들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리고 그들을 죽이기를 청했다.
이 때 상소를 올린 간관은 김진양金震陽, 이확李擴, 이내李來, 유기柳沂, 권홍權弘, 이감李敢, 서견徐甄 등이었다.
이 날 올린 역사에 올린 유명한 상소는 다음과 같다.
정도전은 천한신분으로서 몸을 일으켜 높은 벼슬을 받고 비천한 근본을 가리고자 죄를 엮어 남을 모함해 많은 사람을 연좌시켰으며, 조준은 정도전과 함께 마음을 같이해 변란을 선동하고 권세를 희롱해 여러 사람을 꾀고 협박하며 무리를 일으켰습니다. 그 무리 중에 남은, 남재 형제는 난을 선동하는 날개가 되고 윤소종, 조박 등은 말을 꾸며대는 목구멍과 혀가 돼 서로 부르고 화답해 죄의 그물을 넓게 펼쳐 죄 없는 사람에게 형벌을 주니 여러 사람이 두려워하며 한탄하고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조준이 공신이라 말하실지 모르나 이성계가 창을 폐하고 전하를 세우려 할 때는 오히려 다른 사람을 세우자며 반대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전하께서 임금에 오르자, 공신의 반열에 서고 품계를 뛰어 높은 관직에서 큰 영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회를 타서 세력을 얻고 반드시 나라를 빼앗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조준, 남재, 남은, 윤소종, 조박의 직첩과 공신의 녹권을 회수하고, 그 죄를 국문하시고 정도전은 귀양 간 곳에서 목 베어 죽이소서!
지신사 이첨李詹이 이 상소를 가지고 들어가서 공양왕에게 올리자, 공양왕은 정몽주와 심덕부를 불렀다.
정몽주는 말했다.
“전하께서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마시고 상소대로 처리하소서!”
심덕부는 이성계의 사람이었으나 상황이 급변하자, 몸을 사렸다. 심덕부는 이성계의 부하들을 먼저 귀양을 보낸 뒤 상황을 보자는 쪽이었다.
수많은 역사책들은 심덕부를 개국공신으로 밝히고 있으나 심덕부는 이 때 이 일 때문에 뒷날 조선개국공신에 오르지 못했다.
지신사 이첨이 물었다.
“어떻게 처리하오리까?”
공양왕은 지금까지 이런 상소가 올라오면 대답지 않는 것이 속성이었다. 그런 그는 의외로 단호히 말했다.
“아뢴 대로 하라!”
아뢴 대로 하라하는 말은 상소에서 요구한 대로 시행하라는 뜻이었다.
상소에 “조준, 남재, ․남은, 윤소종, 조박의 직첩과 공신의 녹권을 회수하고, 국문하라 했고, 정도전은 귀양 간 곳에서 목을 베라”했으므로 대전에서 나온 지신사 이첨은 조준을 잡아 귀양 보내고, 남은․ 남재 형제와 윤소종, 조박의 관직을 삭탈해서 귀양 보냈다.
이들은 귀양지에 도착하게 되면 곧 국문을 받게 되고 목이 베어지게 된다.
정도전은 이 때 고향 경상도 봉화에서 귀양을 살고 있었다.
지신사 이행은 사람을 봉화로 보내 정도전을 잡아 인근에 있는 보주補州(경상북도 예천) 고을 관아에 가두게 했다.
상소에 정도전은 유배지에서 목을 베라 했으므로 이제 정도전의 목은 베 어질 날만을 기다리게 됐다.
한편 이성계의 부하 6명을 귀양 보내라는 허락을 얻어낸 사헌부의 간관들은 아쉬워했다.
생각해 보면 고려 충신들을 죽이라며 매일 같이 상소를 올려 임금을 괴롭히고 동료신하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사람은 윤소종과 조박 만이 아니라 여기에 오사충이란 사람도 있었다.
이튿날인 1392년(공양왕3) 4월 2일.
마침내 사헌부에서 판전교시사 오사충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
“오사충의 죄는 윤소종과 같으니 함께 문초해 다스리기를 원합니다!”
공양왕은 허락했다.
오사충 또한 붙잡혀 관직이 삭탈돼 귀양을 떠났다.
그러자 간관들은 다시 상소를 올려 말했다.
“조준․ 남은․ 남재․ 윤소종․ 조박은 정도전과 그 죄가 같습니다. 어제 글을 올려 베기를 청했는데 오직 정도전만이 특별히 베기를 허락 받았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다만 먼 곳으로 귀양 가기만 했습니다. 죄는 같은데 벌은 다릅니다. 청하건대 조준 등 나머지 사람들을 모두 극형에 처하소서!”
공양왕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내가 언제 정도전의 목을 베라고 했느냐?”
지신사 이첨이 말했다.
“어제 전하께서 상소에 아뢴 대로 하라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공양왕은 내색을 한 뒤 못을 박듯이 말했다.
“내가 처음부터 정도전을 베라고 말하지는 않았느니라!”
공양왕은 서둘러 양광도(충청도)관찰사에게 정도전의 사형집행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말했다.
“먼저 남은 등 여러 사람을 국문하고 그 조서가 조준과 정도전에게 관련이 있을 때에만 정도전을 국문하라!”
어제까지만 해도 단호했던 공양왕의 마음은 어느새 흔들리고 있었다.
김귀련과 이반 등이 조준 등을 국문하기 위해 그들의 귀양지로 향해 떠났다.
이들에게는 조준 등을 국문한 뒤 죽이라는 밀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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