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문도 이야기 -- 거문도 명칭과 그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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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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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4 10: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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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문도의 명칭과 그 유래
지금까지 거문도巨文島는 삼도三島, 삼호도三湖島, 삼주도三洲島, 석주도石洲島, 안도安島, 거마도巨磨島, 해밀턴Hamilton, 포트 해밀턴Port Hamilton, 함밀돈도哈米敦島, 거문진巨文鎭 등 11개의 이름으로 불렀다.
조선 5백년의 역사인 조선왕조실록을 제외하고, 삼국시대의 역사인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 5백년의 역사인 고려사, 고려사절요에는 삼도나 거문도에 관한 기록은 단 한 건도 실려 있지 않는다.
거문도의 이 많은 이름 중에 삼도는 삼국시대부터 시작해 고려시대를 지나 조선시대까지 2천 년 동안 가장 오래 불러진 이름이다.
거문도의 이 많은 이름 중에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고, 공식적인 지도에 표기되거나 또는 공식적으로 불러진 이름은 삼도, 거문도, 거마도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삼도三島란 지명이 여러 개 있어 연구자에게는 혼란스럽다.
조선정부가 조선왕조실록에서 삼도三島로 기록하고 있는 게 거문도의 삼도 뿐만 아니다. 왜적의 소굴이었던 대마도의 두 개의 섬과 이끼도 즉 일기도壹岐島를 합쳐 3개의 섬을 삼도三島라고 부르며 기록하고 있다. 또 평안도 의주義州에 있는 섬도 역시 삼도라고 부르며 기록하고 있다.
조선에서 1750년께 발행된 해동지도海東地圖는 거문도를 삼도三島로 표기하고 있으며, 이보다 110년 뒤인 1861년에 발행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거문도를 거마도巨磨島로 표기하고 있다.
거문도의 옛 지명 삼도가 조선왕조실록에 맨 처음 기록된 것은 1497년(연산군3) 음력 11월 1일자의 다음과 같은 기사이다.
“왜적이 전라도 해안지방에 나타나 녹도만호를 죽이고 일본으로 도망갔다. 왜적은 다시 배 한척을 타고 흥양 삼도에 침범해 고기 낚고, 나무하는 삼도 사람 4명을 죽이고, 순천의 금오도金鰲島에 침범했다가 2명이 붙잡혔다.”(주)
국역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 28권 1497년(연산3) 11월 1일 1번째 기사.
조선왕조실록에 이렇게 기록되기 시작한 삼도의 행역구역은 전라도 흥양현, 지금의 고흥군이다.
때는 1739년(영조15) 6월, 일찍이 지학志學의 나이에 문과 급제한 천재 청년 김이해金利海(1721~1785)는 19세의 나이에 흥양현감으로 부임했다. 그런 그는 1741(영조17)에 이 지방토호들의 부정에 협조치 않다가 그들의 중앙 연줄에 탄핵을 받아 자신이 다스리던 삼도로 유배를 떠났다.
이렇게 삼도로 유배를 간 김이해는 글을 모르는 삼도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고 장재長齋라는 서당을 세워 삼도의 섬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자신의 유배가 풀릴 날만을 기다렸다. 김이해의 유배는 45년 뒤 그가 이 섬에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다 65세로 늙어 죽을 때까지 풀리지 않았다.
김이해가 삼도에서 글을 가르치자, 전라도 남해안 지방의 유학자들은 슬픈 청년 김이해의 갸륵한 뜻을 기리고, 날리기 위해 그가 섬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던 삼도를 거문도 또는 거마도라고 불렀다.
때는 1794년 가을, 백성들은 흉년과 환곡의 폐단으로 굶어 죽어갔다. 정조는 정언正言를 지내다 지평持平을 지내던 근신 정만석鄭晩錫(1758-1834)을 호남지방의 암행어사로 파견했다. 이 암행어사 정만석은 정조 때 호남 우도와 좌도, 경상도 우도 등 모두 네 차례나 암행어사로 파견됐던 사람으로 역사에 박문수 다음으로 유명한 암행어사이다.
암행어사로 호남지방에 내려간 정만석은 강진, 장흥, 해남, 고흥, 장흥, 영암, 완도 등을 돌다가 직접 배를 타고 청산도, 사량도, 평도, 손죽도, 초도를 이어 삼도 서도 장촌에 건너가 백성들의 생활상을 살폈다. 또 이 장촌에 있는 장재서당에서 할아버지 김이해를 이어 제2대 훈장으로 있으면서 섬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던 김득택을 만났다. 이 때 암행어사 정만석의 나이 37세, 장재서당 제2대 훈장 김득택의 나이 32세였다. 정만석은 억울한 누명의 쓰고 삼도로 유배를 와서 평생 동안 이 섬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다 죽은 김이해란 청년의 슬픈 전설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또 슬픈 청년 김이해의 갸륵한 뜻을 기리고, 날리기 위해 육지의 사람들은 이 섬을 거문도 또는 거마도라고 부른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
서울로 돌아온 암행어사 정만석은 정조에게 보고서를 올렸다.
때는 1795년(정조19) 음력 5월 22일자였다.
이 보고서에 의해 전라도 강진현감, 해남현감, 흥양현감 등과 흥양감목관을 비롯해 호남지방의 수많은 관리들이 현지에서 파면되거나 붙잡혀 서울로 압송돼 형을 받았다.
이 날 올린 보고서에서 거문도 관련 기록은 다음과 같다.
“초도, 손죽도, 거문도 등에는 수병이 주둔하면서 군량을 해결하기 위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밭인 둔전屯田이 있습니다. 해마다 세금 징수관들이 이 둔전의 소작료로 배가 많은 세를 강제로 뜯어가니 세를 감면하소서.”(주1)
국역 정조실록 42권(정조19) 5월 22일자 임신일 3번째 기사.
(주2) 당시 거문도의 행정소재지가 있었던 거문도 서도리(장촌) 장촌길1이 끝나는 곳을 지금도 거문도 주민들은 ‘뒨전’이라 부른다. 이 곳이 이른바 정만석 암행어사가 감찰하고 간 둔전屯田이 있었다. 뒨전의 뒨은 둔屯의 고어이다. 거문도에 주둔한 수병과 이 둔전을 관리하는 둔별장으로 오삼영(吳三영)이란 사람도 있었다. 이 오삼영은 이 시기에 고흥에서 삼도둔별장으로 임명을 받고 거문도에 부임했다가 거문도에 눌러 앉았다. 이 오삼영의 증손자가 울릉도도감 오성일이다.
삼도는 정만석이 이 날 올린 이 보고서를 계기로 거문도라는 이름으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고 지도에 표기 되기 시작했다.
정만석이 이 때 올린 보고서로부터 90년 뒤에 영국군이 거문도를 강제 점령했다.
뒷날 1882년에 일어난 임오군란으로 조선과 청국 간에 한청수호조약이 체결됐다. 이 조약에 의해 청국은 조선의 외교, 국방 등의 교섭 또는 결제권을 갖게 됐고, 청국 부상傅相인 청국북양대신 이홍장이 이를 담당하게 됐다. 이홍장은 거문도가 영국에 점령 당했다는 사실을 조선 고종에게 알리고 거문도에서 영국을 철수시키기 위해 청나라 수군제독 정여창을 조선에 파견했다. 이 때 이홍장이 고종에게 보낸 비밀 편지 속에 다시 거문도와 거마도가 다음과 같이 기록됐다.
“귀국 제주 동북 100여리에 거마도巨磨島라는 섬이 있다. 이 섬이 거문도이다. 이 섬은 서양명으로 합미돈도哈米敦島인데 이 섬을 영국이 점령했다.”
거문도 사건이 일어나자, 조선정부는 대외적인 외교적 교섭이나 외교문서에는 삼도를 거문도라 기록했다. 반면 대내적인 국내의 일상적인 행정업무에서는 삼도와 거문도라는 두 가지 이름을 혼용해 썼다.
물론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삼도와 거문도를 혼용해서 기록하고 있다. 아직 거문도란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조정에서도 생소하기 때문이다.
본디 삼도三島란 세 개의 섬이 호수같은 바다를 안고 산처럼 서 있는 섬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거문도는 일찍부터 세 개의 섬이라는 뜻에서 삼주도三洲島, 세 개의 섬이 호수를 싸고 있는 섬이라는 뜻에서 삼호도三湖島, 돌로 된 섬이라는 뜻에서 석주도石洲島로도 불렀다.
삼주도, 삼호도, 석주도 등은 실제로 공식적인 행정명으로 사용되거나 지도에 표기됐던 이름은 아니다. 이 지명들은 조선 유학자나 유생들의 시 또는 이들 사이에 오고 간 편지들 속에 거문도를 지칭한 또다른 이름으로 사용된 이름들이다.
거문도란 뜻은 글을 쓰기 위해 큰 벼루에 먹을 가는 섬이라는 뜻에서 거마도巨磨島라 불리고, 글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섬으로 문명에 깨달은 사람들이 사는 섬이라는 뜻에서 거문도라 불렀다. 이 이름들은 조선의 호남지방인 고흥, 장흥, 보성, 완도, 순천지방을 중심으로 한 남해안지방에서 널리 불리던 이름이었다.
이 거마도와 거문도의 이름 중에 중국 사람들은 거마도라 불렀고, 일본 사람들은 거문도라 불렀다.
앞에서 밝힌 거문도의 또 다른 이름 중에 우리들에게 생소한 이름 중에 하나는 안도安島이다. 이 안도는 영국군의 거문도 강제점령과 관련, 이홍장이 청국정부에 보고하는 전문에 나오는데 이 이름의 뜻은 사람이 살기에 편안한 섬이라는 뜻으로 거문도의 또 다른 별칭이다. 그러나 이 이름이 어디서 나온 이름인지는 알 수 없다.
영국의 탐험가 벨처(E.Belcher)가 1945년 영국 탐사선 사마랑호(Samarang)를 타고 제주도 해안을 측량하고 이어 남해안을 계속 항해하다 거문도를 발견했다.
벨처는 영국 해양성 차관이었던 해밀턴의 이름을 따서 거문도를 포토 해밀턴(Port Hamilton)이라고 명명했다.
이 이름과 관련, 뒷날 우연히도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했을 당시 영국 해군성 장관의 이름도 해밀턴(G.Hamilton:재임기간: 1885년 6월 ~1886년 1월)이었고, 역시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했을 당시 두 번째로 부임함 극동함대사령관의 이름도 해밀턴(R.V.Hamilton:1885년 9월~1887년 12월)이었다.(주)
김용구 著, 서강대학교 출판부2009년 초판, P. 55.
또 서양인들은 벨처가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서양에 소개한 거문도의 영문이름 포트 해밀턴 즉 해밀턴항을 한자로 합미돈도哈米敦島이라 표기했다.
때는 1887년 4월, 거문도에서 영국군이 물러가자, 조선 조정은 거문도에 거문진巨文鎭이 설치했다. 그리고 7년 뒤인 1895년 9월, 청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이 조선에 대한 주도권을 잡은 뒤 조선군사를 축소하기 위해 거문진을 강제 폐지했다.
거문도에 거문진이 설치된 7년 동안 거문도는 거문진으로도 불렸다, 그러나 이 때 거문진은 거문진 동헌 즉 거문진 청사가 있었던 동도만을 가리키며, 서도와 고도는 종전처럼 삼도 또는 거문도로 불렸다.
2022년인 지금도 거문도의 사람이나 육지 사람으로 나이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거문도를 삼도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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