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거문도에 가서 김이해라는 청년을 찾으러 산짓골 고래등을 찾아갔다.
봄빛고운 쑥향기 그윽한 길로 난 이해 해변을 바라보며 산짓골 가파른 산등성을 올랐다.
50년 전 기억을 더듬어 산을 오르고 올랐지만 스무한 살 김이해라는 청년은 만나지 못했다.
또다시 50년 뒤를 기약하며 쓸쓸히 산을 내려오다가 발길에 채어 넘어졌다.
김이해의 손자 증손자의 무너진 무덤의 석주였다. 동자석을 껴안고 서럽게 울다가
다시 산을 내려오면서 어두운 서산녘, 그 청년 김이해를 기리기 위해 이름붙인
이해포 해변을 내려다 보며 시 한 수를 읊었다.
동백 검게 핀
거문도 이해포에서
50년전 이 섬에서
목줄마다 밧줄에 엮이고
숨통마다 꼬챙이에 꽂혀
서울로 끌러 갈 때
죽창을 품고 바다를 건너간
열두 살 어린 내가
이백팔십 년 전
억울한 누명을 쓰고
이 섬에 온
스무한 살 청년 김이해의
귀양을 풀려 왔노라
문과급제 통훈대부 전 흥양현감
김이해는 어서 나와 천명을 받으라
서릿발같은 내 감성은
문명의 섬 거문도를 울렸지만
김이해는 고래등 뒤에 꼭꼭숨어
불을 질렀다
산짓골 대나무밭에
시퍼런 불을
개자추가 그 어미를
끌어안고 타죽은 것처럼
김이해는 망부석을
끌어안고 붉게 타죽었다
동백 검게 핀
거문도 이해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