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이야기 10 -- 거문도에 와서 짱재(장재)선생 金舜泰(1828-1886) 선생과 필담을 나눈 청나라 정여창 제독
1885년 5월. 청나라 북양대신 이홍장이 파견한 정여창 제독과 조선정부가 파견한 사신 박정양 등이 영국의 동양함대 거문도 불법점령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거문도에 와서 우리 집에 왔을 때 우리집에는 제 고조할아버지 김순태와 증조할아버지 전라문장가 김상연이 계셨습니다.
제 고조할아버지 이름은 순태. 자는 성유라 불렀는데 1828년에 태어났습니다. 문장가이며 학자였으며 거문도 교육기관인 장재서당을 운영하는 교육자였습니다. 이 때 이 할아버지는 57세였습니다. 이듬해인 1886년 12월에 돌아가셨습니다. 이 분이 고종황제 경호실장을 지낸 김정태의 친형입니다. 34살에 대한제국 황해도경찰청장과 전라도경찰청장을 지낸 김상순의 큰아버지입니다.
청나라 제독 정여창과 제 할아버지들은 필담을 나누며 이야기를 했는데 정여창이 깜짝 놀랐습니다.
밑에 한자로 뭐라 써졌는데 해석하면 「이 분을 왜동장(달팽이 동네 어른)이라 불렀는데 시와 논문 문장이 나라 밖에 전해졌다」.
이 글은 청나라 정여창과 필담을 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이 때 정여창이 서재에 소장돼 있는 책을 보다가 종이 위에 글을 써서 말했습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요?」
제 고조할아버지는 웃으면서 역시 종이 위에 글을 써 물었다.
「어떻게 그걸 아십니까?」
「이렇게 높은 학식과 견문을 가진 분이 살아 계신다면 당연히 제가 그 명성을 이미 들었지요」.
제 고조할아버지는 글을 써서 말했습니다.
「그 분은 석재란 분인데 제 선친입니다. 이미 38년 전인 1847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정여창은 손바닥으로 무릎을 치면서 기뻐하며 글을 썼습니다.
「아.아 그래서 바로 선생의 선친을 기려 우리 청제국 북양대신 이홍장 대신께서 이번에 이 섬을 거문도로 고치라 조선정부에 명령했구려!」
이 사신이 보았던 저서의 저자 김석재는 자를 군집이라 칭했습니다. 정조 10년인 1786년에 태어나서 헌종 10년 1847년에 돌아가셨습니다
학자 겸 교육자로 거문도에서 가업으로 이어진 장재서당을 운영했습니다.
김씨집안의 장손이었으나 아들을 낳지 못해 계속 자식을 낳았지만 9명의 딸만 두고 끝내 아들을 얻지 못했습니다.
1820년대. 러시아 불멸의 문인 푸시킨이 러시아 해군제독의 문관으로 조선의 개항을 청하는 개항문서를 가지고 러시아 함대를 타고 거문도에 왔습니다. 이 함대가 거문만에 들어오자 장촌에서 한 노인이 아들과 청년들의 호위를 받으며 땐마를 타고 함대로 가서 함대에 올라갔습니다. 푸시킨은 이 거문도 노인에게 러시아정부가 보낸 개항문서를 건네며 중국어 통역관을 통해 노인과
필담을 나눴습니다.
푸시킨은 그 날 일기를 통해 필담을 나누기 위해 늙은 아버지가 부르는 소리를 젊은 아들인 청년이 아버지의 말을 한자로 쓰는데 종이 위에 쓰는 그 글씨가 새가 나는 것 같이 빠르고 아름다왔다고 회고했습니다.
이 날 사신을 맞이한 제 고조부는 석재 선생의 친조카로 양자로 들어와 종손으로 이어진 섬의 교육기관인 장재서당 훈장의 가업을 잇고 있었습니다.
이 석재 할아버지의 제사를 받들게 하기 위해 바닷가에 밭 600평이 있었는데 거문도 주민들이 이 땅을 가만 두지 않고 못된 짓을 해 사라졌으니 반드시 영혼이 있다면 후한이 있을 것입니다.
한편 푸시킨이 1820년대 거문도에 개항을 요구하려 왔을 때 함대에 쫓아와 거문도에 온 이유를 물으며 물러갈 것을 거칠게 청하며 러시아 해군의 섬 상륙을 저지했던 늙은 아버지 이름은 김득택. 자는 춘향이라 칭했고 1763년에 태어나 1822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이 분이 문과급제 후 흥양현감을 지내다 거문도에 귀양을 왔던 김윤해의 손자입니다.
그 아버지 김흥형은 귀양 온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거문도에 왔다가 가난 때문에 해상무역을 위해 해삼물 채취하려 울릉도 독도로 향해하는 배에 올랐습니다.
이 배가 떠난 뒤 곧바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불어오는 여름 계절풍인 맛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이 배는 포항 앞바다에서 태풍에 파선되고 모든 뱃 사람은 죽고 말았습니다. 결국 살아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33세의 이 양반 청년의 시체가 경상북도 영해군 봉화면 봉화산 해변에 파도에 밀려왔습니다.
죽은 청년은 허리에 조선시대 신분증인 호패를 차고 있었습니다.
「전라 흥양 삼도. 김해 흥형. 丙申생. 유학 」이라 쓰여 있었습니다.
이 뜻은 주소는 전라도 고흥군 삼도이며.
본은 김해김씨이며 이름은 흥형. 나이는 丙申년 생이니 33세. 직업은 과거에 급제하지 못해 벼슬을 하지 못하고 글을 읽는 선비이다는 뜻입니다.
때는 1771년 영조 47년 신묘년 음력 5월 24일이니 정확하게 지금부터 246년전의 해난사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