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 12월 구로구청 농성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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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위정자의 전지전능한 신이다. 국민을 욕보인자 반드시 선거로 심판 받는다!"
경찰들이 수백여 명의 사람들을 줄을 지어 꿇여 앉혀 놓고 빙 둘러서서 입을 크게 벌려 기뻐하고 있다. 경찰들의 입에는 하얀미소가 폭포처럼 흘러 내리고 있다.
전쟁에 출전한 한 정벌대가 전장에서 전리품으로 붙잡은 포로들을 벌여 놓고 금방이라도 깃발을 매달고 풍악을 울리며 술판을 벌인 뒤 계급과 공훈에 따라 붙잡은 포로를 부상으로 나눠 가질 기세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에게 "이 사진이 어떤 사진으로 보이냐"고 물었다.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옛날에 북한공비들을 붙잡아 놓고 기념으로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답이 아니었다.
이 사진 속에 무릎 꿇린 사람들은 북한 공비가 아니라 이 나라의 주인으로 위정자들이 받들고 섬겨야 할 전지전능한 신이었다.
이 신은 하루아침에 위정자를 절대권력자 자리에 앉히기도 하고 그 자리 위에 앉아 있는 위정자를 낙엽처럼 떨어뜨려 땅에 뒹굴게 할 수도 있다.
때는 1987년 12월 16일.
이 날 대한민국에 유신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제13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역사에 유명한 3김씨와 민정당 후보 노태우가 대선에 출마, 4파전의 각축 속에서 민정당 후보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된 선거였다.
선거가 있던 이 날 아침, 서울 구로구청 부재자 투표함이 봉인돼 있지 않는 것이 시민 학생들로 구성된 선거감시단원에게 발견됐다. 부정선거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시민과 학생들이 이 투표함을 지키기 위해 구로구청을 강제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틀 뒤 18일 오후 전두환 정권은 4천여 명의 경찰을 투입, 최루탄을 난사하며 구로구청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건물은 경찰이 투입된 지 두 시간 만에 참혹하게 진압됐고 이 안에서 농성 중이던 시민, 학생 1034명이 강제연행되고 이 중 208명이 구속됐다.
사진은 구로구청에서 농성을 벌이던 시민, 학생들이 처참하게 끌려나와 연행되기 위해 무릎꿇여진 모습이다.
1987년 12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와 관련, 서울 구로구청에서 봉인되지 않은 부재자 투표함을 싸고 일어난 이 사건을 역사는 '구로구청 농성사건'이라 한다.
보도 : 매일경제 1987년 12월 21일자
사진 : 백현우 기자
소장 : 인터넷규장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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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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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9 11: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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