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423년의 세종즉위 25년,  

이 해 조선왕조실록 세종대왕편에 보면 다음과 같은 세종대왕의 명령이 있습니다.

도공들이 궁궐이나 관공서에 진상하는 그릇들을 보면 진상 숫자 등의 개수만을 맞추느랴

 진상한 도자기가 단단하지 않고 저질스럽다. 그런 까닭에 앞으로 궁궐이나 관광서에 진상하는 그릇들은

모두 뒤면에 그 그릇을 만든 도공들의 이름을 적어 올리도록 하라!

이 세종대왕의 이 명령은 전국 도공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이 사건이 그릇을 만든 도공의 이름을 적으라는 조선의 첫번째이자, 마지막 명령이었습니다.

이 명령을 받은 도공들이 도자기의 뒤면에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적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 어느 해였던가,

조선시대 한 공주의 무덤에서 그 그릇을 만든 도공의 이름을 적은 그릇이 한국 최초로 발견됐습니다.

 바로 1427년 죽은 세종대왕의 사랑하는 큰 딸 정소공주의 무덤 부장품으로 들어간

그릇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1423년 도공이 만든 모든 글씨에 이름을 적으라는 명령이 내려지자

그 때부터 도공들은 모두 자신들이 만든 그릇 뒤면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1427년 세종대왕의 큰딸 정소공주가 죽자 이 무덤에 부장품으로 넣을 그릇을

만들어 올리라는 명령이 내려지자 이 그릇을 빚은 도공이 전에 했던 것처럼 자식의 이름을

介童以라고 적었습니다.

이 도공의 이름 介童以는 개똥이로 불리던 노비들의 이름을 한자식으로 표기한

이름입니다.

여기에 적은 이글을 많은 분들이 가져다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드립니다. 

조선시대, 고려시대 도공들은 그 대부분은 후백제 백성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왕건이 후백제를 정벌할 때 전쟁포로로 붙잡혀 전국 각 도예지에서 대대손손

노예로 붙박이 삶을 살았던 노예들의 후손들입니다.

이들에게는 성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이름은 꺽쇠, 마당쇠 등으로 불렀습니다.

그러다 임금이 자신이 만든 도자기에 이름을 적으라 하자 이들은 각자의 한자로

쉽고, 간단하게 표기할 수 있는 이름을 지어 도자기 뒤면에 적었습니다.

이들은 노예들이었기 때문에  성이 없었습니다.

이 사기그릇 뒤면에 적힌 글씨는  '公'이라는 글씨입니다.

이 公은 관공서의 사무라는 뜻도 있지만 어른, 주인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해 이 그릇을 빚은 도공은 이 도요지인 가마터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이 도요지의 다른 도공들의 아버지로, 스승으로 추앙을 받던 도공이었습니다.

왠지 이 글을 쓰노라니 슬픈 감정이 밀려 옵니다.

이 그릇이 만들어진지는 600년, 600년이면 20-30대가 바뀝니다.

통계학상으로 지금 한 사람의 10대의 조상은 모두 10만명입니다.

 더 나아가 지금 한 사람의 20대나 30대의 조상은 수억명입니다.

다시말해 이 그릇을 빚었던 도공의 유전자는 오늘 이 땅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핏 속에 적게는 한 두 번, 많게는 여려차례 유전자가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다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도공은 오늘 이 땅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직계조상이라는

것입니다.

  이 분청사발은 1423년부터 1430년쯤에 제작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도공들은 세종대왕의 명령이 내려진 1423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도자기를 빚었으므로

질 좋은 도자기를 만들어 진상했기 때문에  이 명령은 곧 취소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초기 시대 백자에 도공의 이름이 적힌 것은 모두 이 연대로 보시면 정확한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