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 서지사항에 대해서
경남 거창에서 순조 때부터 고종 때까지 격변했던 구한말을 살다가 실학자이자
효산서숙(서당)의 훈장이었으며 은둔지사였던 曉山 卞榮奎 선생(1826-1904)의
시문집 전 9권 5책 완질입니다.
종이는 한지, 판은 목활자본입니다.
이 책은 1909년 발행됐으며
서문과 행장은 항일지사 송병선 선생이 썼으며 묘지명은 역시 항일운동가였던
곽종석 선생이 썼습니다.
송병선 선생과 이 책 저자가 매우 가깝게 지냈던 분으로 보여집니다.
또 당대 유명했던 송병선 선생과 곽종석 선생이 이 책 서문과 행장 묘지명을 썼다는
말은 이 책의 저자가 그 만큼 학덕과 인품이 있었던 분이라는 뜻이겠지요.
서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효산 변영규는 남쪽 고을에서 불우하지 않는 선비였다. 내가 세상을 볼 때
선비가 시대에 불우하지 않은 즉 반드시 근심이 ...
이 책은 선생의 시 상소 편지 기 잡저 행장 발문 등을 실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밝히면
제1-3책(1-5권 수록)까지는 시가 실렸습니다.
제4책(5-6권 수록)은 상소 편지 記, 說, 序가 실렸습니다.
제5책(8-9권 수록)은 記, 제문, 행장, 부록이 실렸습니다.
시가 많은 편입니다.
편지 글에는 예창 박선생, 사미헌 장선생 연재 송병선 선생
면암 최익현 선생 등에게 보낸 편지가 실려 있습니다.
연재 송병선은 송병순의 형이지요.
역시 항일의사였고요 조선유림대표였습니다.
한일강제합방이 되자 음독자살했던 분입니다.
이 편지를 보낼 당시 면암 선생은 판서벼슬을 하고 있었네요.
이 책의 저자의 생애에 대해
이 책의 저자의 이름은 榮奎 자는 士應 성은 卞이며 본관은 밀양 즉 밀양변씨였습니다.
호는 曉山 또는 屛山입니다.
고려시대 때 산원이라는 벼슬을 지낸 高迪이라는 분이 선생의 시조이며 고려와 고려말때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던 춘당 변중량과 그 동생 춘정 변계량이 이 시조의 6대손이라고
합니다.
이 두 분은 모두 고려충신 포은 정몽주의 제자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 말까지만 밝히고 있는데 얘기가 나왔으니 우리 인터넷규장각에서
몇 자 더 보충합니다.
춘당 변중량이 태조 이성계의 사촌형의 사위였던가.. 아마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얼른 나서서 고려 충신되지 못하고 처갓집을 들어 왕위를 이으려는
정도전을 따라 새 세상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두었던가 봅니다.
정몽주 선생이 이성계의 병문안을 갈 때 밀직사 벼슬에 있던
변중량이 달려와 말꼬리를 잡고 이렇게 외칩니다.
" 선생님 가시면 죽습니다. 병문안 가시면 안됩니다. 선생님을 죽이겠다고..."
'고려사' 더 정확히 말해 '고려사절요'에 있는 얘기입니다.
변중량은 이성계의 사촌형의 사위였으니 이성계집에서 정몽주를 죽이기로 밀모하고
있는 얘기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몽주가 호랑이의 굴로 가겠다니 제자 변중량이 달려가 말꼬리를 잡고
가면 죽는다고 막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포은 정몽주는 제자의 충언을 뿌리치고 이성계의 집으로 병문안을 갔다가
이 날 한 시간 쯤 뒤에 피살돼 죽고 말았습니다.
이 춘당 변계량은 태종 이방원이 일으킨 제1차의 왕자의 난 때 정도전의 첩의 집에서
정도전 등과 함께 술을 먹고 있다가 구데타을 일으켜 그 집을 포위한 반란군에게
죽고 말았습니다.
함께 죽은 사람이 태조 이성계와 후처 강씨왕후 사이에서 낳은 정순공주의 부마 이제
라는 사람입니다. 이 분은 성주이씨 양반집안의 자손으로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었습니다.
아무튼 이 두 분은 결혼을 잘 못해서 비극을 맞았습니다.
얘기가 엉뚱한 곳을 갔습니다.
이 책 행장은 이 책 저자가 이 때 죽은 춘당 변계량이라는 분의 자손이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춘당은 변계량의 선생이 남긴 시는 오늘날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지요.
또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갑니다만, 이 날 선생을 죽이고 구데타에 성공한 태종 이방원은
세자 방석과 정도전을 죽이고 왕위를 물러받습니다.
물론 뒷날이지만 왕위에 오른 이방원은 이날 변중량을 죽인 것을 양심의 가책으로
느꼈던지 변중량의 친동생으로 포은 정몽주의 제자였던 춘정 변계량을 등용해 세종시대의
태평성대를 열게 합니다.
변계량 선생은 세종 묘정에 묘셔진 분이지요?
다시 이 책 행장을 인용합니다.
변중량의 자손으로 공희왕(?) 때 성균관에서 글을 읽었던 생원출신으로 이름을
璧이라 하고, 호를 龜山이라 하신 분이 있었는데 이 분이 거창에 들와 살기 시작했는데
정암 조광조 선생이 그의 현명하고 어짐을 들어 벼슬에 추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생은 나아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분은 죽은 뒤에 지평이란 벼슬에 추증됐다고 합니다.
또 이 분의 증손의 이름은 淸라는 분이었는데 임진왜란 때 창의해서 임금이 몽진 중에
검정이라는 벼슬을 내리고 죽고나서 좌승지에 추증했다고 합니다.
이 좌승지에 추증된 분이 이 책 저자의 8대조라고 합니다.
이런 빼대 있는 집안에서 선생은 아버지 東玉과 어머니 이씨 사이의 세째아들로
1826년에 태어났습니다.
3살 때 어머니를 잃었던 선생은 6세 때 글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글의 진미를 알게 된 선생은 경서는 물론 풍수 천문 병법 등 눈에
보이는 대로 가리지 않고 잡저를 탐독했습니다.
독서로 만족을 하지 못한 선생은 마침내 예창 박O양 선생과 계운 김낙현 선생을
찾아 실학을 배우고 돌아와 '曉山書室'이라는 서당간판을 걸고 인근의 학동을 모아
글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서당은 뒷날 曉山書熟으로 이름을 바꿨고 이 서당은
인근고을의 학생들의 배움터가 됐습니다. 그리고 선생은 이 서당의 훈장이었습니다.
여러 그리고 많은 세월동안 선생은 이 서당의 훈장으로서 인근고을을 정신적 지주가
됐던 모양입니다.
선생은 1904년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 屛山里 마을 뒤에 병산이라는 산이 있는 데 이 산에 묻혔습니다.
병산리라는 마을이 아직 거창에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1904년 선생이 돌아가시자 1909년에 자손과 제자들이 선생의 유집을
책에 모아 활자본으로 이 책을 찍어 냈습니다.
활자본이라 이 책은 중간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희귀본에 속합니다.
이 책의 상태에 대해서
이 책 전 5책 중 두번 째 책 상단 좌측을 쥐가 파 먹어 수리됐습니다.
앞쪽에서부터 10장(20쪽)에 걸쳐 맨 좌측 상단 부분이 4-5자씩 훼손돼
판독이 부분별로 불가능한 곳이 있으나 한자를 많이 아시고 번역이 가능한
분들은 읽을 수 있습니다. 판독이 불가능하거나 글자가 훼손된 글자는
모두 50-100장 정도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