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명성황후' 런던공연… 첫날 절반 채워
조선일보
입력 2002.02.03. 20:53
0
1일 시작된 ‘명성황후 ’의 런던 공연 장면.한국 대형 뮤지컬로선 처음으로 런던공연을 시작했다.
1일 시작된 ‘명성황후 ’의 런던 공연 장면.한국 대형 뮤지컬로선 처음으로 런던공연을 시작했다.
우리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극단 에이콤 제작·윤호진 연출)가 1일
저녁 영국 런던 외곽의 해머스미스 아폴로 극장에서 '마지막 황후'
(The Last Empress)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뮤지컬 중심지인
영국 런던에서 한국 창작뮤지컬이 공연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첫날은 주말이었지만 관객은 3000여석 객석의 절반 정도에 그쳐 다소
아쉬웠다. 97,98년 '명성황후'의 뉴욕 링컨센터 공연때 전석매진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명성황후'의 런던 무대에서는 배우들의 열성이 빛났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구나'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명성황후역 이태원의 기량이야
이미 정평이 난 것이고, 조승룡 김민수 김성기 이희정의 개인적 기량도
빛났다. 우리 전통식의 춤이 나오는 장면들에서 영국 관객들은 매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템포가 느린 서정적인 노래에 서양
관객들은 다소 지루해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명성황후'가 뮤지컬 심장부 관객들에게 첫선보인 것은 의미깊은
일이지만 그곳 관객들 뇌리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가 문제라면 사전
전략을 좀더 주도면밀하게 짰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느꼈다. 우선
한-일간 역사에 대해 기본적 이해가 많지 않으며 있다 하여도 우리
시각과의 거리는 크다. 가령 '희화화된 일본인'들의 코믹한
동작대목들은 '춘향전'의 방자처럼 극적 긴장을 이완시켜 주는
장치지만, 대부분의 영국 관객들에겐 별다른 웃음을 일으키지 못하는
인상이었다. 전 대사와 노래를 영어로 바꾼 것은 과감한 시도였다.
주연급들의 영어는 웬만큼 전달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영어 공연이
현지인들에 대한 배려라면 극 내용에 대해서도 현지인들을 배려하는
재구성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됐다. 16일까지 공연이니
거듭하다 보면 나아지리라 기대한다.
